서울대 졸업생들이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의 불법합성 음란물을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서울대 n번방) 사건 공범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딥페이크 사건 중에선 비교적 높은 형량으로 관련 범죄에 엄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을 차단하려면 엄중한 처벌과 함께 성착취물 소지·시청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28일 성폭력처벌법상 상습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 영상물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불쾌하고 굴욕적이며 역겨운 내용”이라며 “피해자 인격 몰살과 같아 엄벌이 요구된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SNS의 거의 무제한적 접근 가능성과 익명성, 디지털 편집 도구의 편리성을 악용했다”며 “일상을 SNS에 게시하는 행위가 범죄 대상이 됐고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헤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2020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허위 영상물 400여개를 제작하고 1700 여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주범과 달리 서울대 졸업생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이채 김민아 변호사는 선고 후 “검찰 구형인 10년보다 많이 깎인 점은 아쉽다”면서도 “일상에서 SNS로 서로 안부를 묻는 일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점 등이 선고 내용에 들어간 점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실형 선고에도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수위는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 등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범죄 전력과 나이,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배포 목적이 없는 합성·제작은 처벌할 수 없고, 사적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에도 규제가 없다”며 “입법 공백의 보완, 처벌 강화 등 조치를 시급히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고은 여변 인권이사는 “유포된 불법 촬영물 삭제 등 피해자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