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인지해도… 가해자 휴대전화 확인·피해자 분리 조치 안돼

입력 2024-08-29 00:30 수정 2024-08-29 00:46

일선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물 유포 피해가 발생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일부 학교에서 피해가 파악됐지만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지 못했다.

IT 기술을 이용한 범죄라는 생소함 탓에 학교에선 사건 해결과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혼란을 겪은 측면이 크다. 경찰과 달리 수사권이 없는 학교는 가해 사실을 확인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28일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초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은 동급생과 외부인의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공유했다. 이로 인해 학교 안팎의 10명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진상조사를 맡은 교사 A씨는 사건 초기부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음란물 유포 사실을 강제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가해 학생을 설득해 결국 휴대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해 학생이 음란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은 ‘숨김’ 처리돼 있어 적발이 쉽지 않았다. A씨는 텔레그램 대화방 기능 등에 대해 상세히 연구한 뒤 숨김 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속된 설득 끝에 가해 학생은 딥페이크 합성물 공유 사실을 털어놨다.

가해자가 특정된 이후에도 피해 학생의 고통은 컸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려 가해 학생이 강제전학 조치될 때까지 같은 공간에서 몇 달간 함께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근거인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서도 분리조치는 최대 7일밖에 할 수 없다. A씨는 “일선 교육지원청에 딥페이크 이외에도 일반적인 학폭 사안이 많아 학폭위가 열리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정부나 교육당국이 하루빨리 제대로 된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학생들에게 딥페이크 범죄 예방 교육을 하라고 하는데, 이게 교육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인가. 실질적인 대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지역 학교들에 ‘딥페이크 피해 발생 시 수사기관 및 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 등에 신고하고 보호자에게 통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교사들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 가이드라인이 없어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직통으로 연결되는 루트를 만드는 식의 조치가 있어야 교사들이 딥페이크 범죄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