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왼쪽 사진) 대통령과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개혁 정책의 핵심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한 대표는 26일 “민심을 전해야 한다”며 응급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주장을 이어갔지만, 대통령실은 “대안이라기보다는 의사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고 일축했다. 30일로 예정돼 있던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도 대통령실 제안으로 연기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절충안이 있었다”며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한 대표의 제안을 정책으로 고려하지 않을 방침임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2026학년도 정원은 이미 지난 4월 말 대학별로 배정돼 공표됐다”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논의하고 유예한다면 입시 현장에서도 혼란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확정된 증원을 변경하려면 과학적·합리적인 숫자와 근거를 갖고 토론·확인해야 한다”며 “그저 ‘반발하니까 유예해야 되겠다’는 대답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한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점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을 갖고도 복귀나 전향적인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며 “굉장히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당정 갈등 우려가 불거진 이후에도 유예 필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가 최근의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이라는 태도다. 반면 대통령실과 정부는 그럴 경우 의료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을 우려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추석 이후 시점으로 연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원내 지도부에 만찬 연기 사실을 전달하며 한 대표에게는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