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끝낸 국내 조선 업체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일제히 ‘추투’(秋鬪)에 돌입했다. 향후 3년 치 일감을 쌓아 놓은 조선 업계는 노조의 전면 파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박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다.
28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소속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했다. HD현대삼호 노조도 이날 약 3시간 30분간 부분 파업에 동참했다. 한화오션 노조 역시 같은날 4시간 동안 파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과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2일까지 18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금속노조는 ‘조선 총파업의 이유, 자본은 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조선 자본은 정규직 좋은 일자리를 새로 마련하기는커녕 물량팀을 계속 늘리는가 하면, 무권리 상태의 이주노동자를 무분별하게 늘리며 착취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8일 하루로 (파업이) 끝나지 않는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9월까지 총파업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날 부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파업이 본격화할 경우에는 납기일 지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초호황기였던 지난 2007~2010년 이후 15년여 만에 ‘슈퍼 사이클’을 맞았다.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등으로 최소 3년 이상 일감이 쌓여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반기 보고서를 보면 올해 이들 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100%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년간의 불황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경영 실적 회복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시기에 (노조가) 파업에 나서 유감스럽다”며 “추가 파업을 자제하고 교섭에 집중해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