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정착금 받기 전 금융교육… 돈 관리법 배운게 큰 도움”

입력 2024-08-29 01:21
아동복지시설, 위탁가정에서 사회로 진출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지난 23일 부산시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에서 자립정착금과 관련한 금융 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자립정착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 청년들이 자립정착금을 받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출 내역을 관리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재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도 마련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에 거주하는 자립준비청년 김곤(22)씨는 최근 자립을 위해 부산시의 자립정착금과 금융교육 지원을 받았다. 자립정착금은 1차 500만원, 2차 500만원으로 나눠 받았다. 그는 “자립정착금을 한 번에 받았다면 금방 다 써버렸을지도 모른다”며 “금액이 두 번에 나뉘어 지급되고, 그사이에 금융교육과 사용 계획서 작성을 통해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부산 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 자립생활관에 거주하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자립생활관은 보호종료청소년들이 자립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는 1차 자립정착금을 자립생활관의 보증금으로 사용했으며, 2차 정착금은 내년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떠날 때 학비와 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부모나 다른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상황에서 자립정착금은 사회에 나가 첫발을 내딛는 데 필수적인 자금”이라며 “자립정착금이 없었다면 자립 준비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립정착금을 2단계로 나눠 지급하며 금융교육과 사후관리를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1차 정착금을 지급받기 전에는 반드시 금융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자립정착금 사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1차 정착금 사용내역을 증빙하고 재무 컨설팅을 받아야 2차 정착금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자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 명확히 계획하게 된다.

김씨는 금융교육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했다. “요즘 젊은 친구 중에는 예금이나 적금 같은 기본적인 금융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교육을 통해 돈을 어떻게 나누고 저축하며,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 사용할지 배운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기본적인 경제 관리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교육을 통해 얻은 추가적인 정보가 자립 준비에 큰 힘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자립준비청년인 김종원(가명·23)씨도 자립정착금과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퇴소한 후 자립정착금을 사용해 주거지를 마련했다. 그는 “혼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면서 “자립정착금 덕분에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초기 경제적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씨 역시 금융교육을 통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배운 것이 유익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 입장에서 1000만원이라는 큰돈을 한꺼번에 받았다면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허투루 썼을지도 모른다”며 “금융교육을 통해 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실제로 계획을 세워 사용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자립정착금으로 마련한 주거지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부산시는 자립정착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진다. 청년들이 자립정착금을 받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출 내역을 관리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재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는 청년들이 자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자립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러한 사후관리는 청년들이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산시의 금융 모니터링은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립정착금을 받은 청년들은 사용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또한 사용 내역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자립정착금이 올바르게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돈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효율적인 사용법을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자립에 필요한 경제적 지식과 실천 능력을 쌓아가며, 자립 후의 경제적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자립준비청년들은 보호 종료 후 곧바로 사회에 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들이 자립정착금을 올바르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 게임머니 사용, 보이스피싱, 다단계 피해 등 불필요한 지출로 인해 자립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청년들은 선배나 가족으로부터 갈취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부산시는 자립정착금을 두 번에 나누어 지급하고, 금융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해 경제적 자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시는 자립정착금 외에도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립지원시설과 자립체험관 등 생활시설을 운영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예탁결제원(KSD)과 연계한 주택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기관들과 협력해 월세와 관리비 등의 주거비 지원을 통해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외에도 부산시는 자립준비청년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대중교통시민기금을 활용한 연 10만원의 교통카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월 50만원의 자립수당을 지원해 경제적 자립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도 하고 있다. 부산시는 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를 통해 전문상담원들이 청년들의 개별 사례를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유자청’(유쾌한 자립준비청년) 등 자조모임을 운영해 청년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바람개비서포터즈’라는 멘토링 사업을 통해 선배 자립청년들이 후배들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