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을 대면 건물이 살아납니다.”
이승진(56·부천성만교회 집사) 드림디자인 대표는 간판을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물 외관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그의 말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20대에 사인(Sign) 디자인 업계에 뛰어든 뒤 쌓아온 경험이 최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으로 이어졌다.
신앙과 사업의 교차점에서
지난 27일 경기도 부천 드림디자인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간판’이라는 표현 대신 ‘사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간판이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며 “이번 레드닷 어워드 수상으로 인식 개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청년 시절 국내 사인 업계는 그리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었다. 그는 사인 영역을 더 나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회사를 운영해 왔다. “이 목표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어요.” 그의 말 속에는 위기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결연한 의지가 처음부터 굳건했던 것은 아니었다. 20대 때 이미 사업의 성공을 맛본 그는 성공이 오만으로 이어지면서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룸살롱과 호텔에서 눈을 뜨고 주일에만 교회 가던 사람이었죠.” 하지만 사업이 휘청이기 시작하고 파혼과 주변 사람들의 배신을 경험하며 절망에 빠졌다. 그는 노숙인처럼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세상을 등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는 죽을 생각을 품고 농약을 사서 아버지 산소로 향했습니다. 서울 양화대교를 지나는 무렵 저를 아껴주던 한 목사님이 떠오르더군요.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그 목사님께서 멀리 강릉에서 차를 타고 달려오셨습니다.” 그 목회자의 위로가 그를 살렸고 그의 삶을 변화시켰다. “당신은 당신이 갈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이후 그는 친구에게 넘겨받은 작은 간판집을 운영하며 현재의 드림디자인으로 발전시켰다. 당시 그가 다니기 시작한 교회가 바로 부천성만교회(이찬용 목사)다.
신앙과 함께하는 경영 철학
드림디자인을 설립할 때부터 이 대표는 신앙을 경영의 중심에 두고자 노력했다. 그는 회사 안에 기도방을 마련하고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일수록 기도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크리스천 기업이나 교회들에는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주기 위해 애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미자립교회와 같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간판을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그는 크리스천에겐 10%를 할인해주며 각자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사옥 곳곳에 붙은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사인 산업의 디자인화, 고급화, 선진화를 추구하며 명확한 콘셉트의 기업·브랜드 이미지 개발, 새로운 사인 브랜드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디자인은 실내외 사인 통합을 통해 통일성을 갖춘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시공 관리까지 원라인 시스템을 구성해 효율성을 최대화하고 있다. 그는 “주 사업 영역의 다각화와 체계적인 고객 관리 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사인 디자인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도전의 발판 레드닷 어워즈
현재 드림디자인의 주요 고객은 병원이다. 최근 포항의 한 대형 요양병원을 위해 ‘보이스 사이니지’(Voice Signage·음성 신호체계)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고령 환자들이 산책 중에 길을 잃거나 다치지 않도록 돕는 시스템으로 사람이 다가오면 음성으로 길을 안내한다. 어르신들이 숲에서 산책할 때 어디쯤 왔는지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시각적 디자인을 넘어 사용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보이스 사이니지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최근 독일의 노르트하임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한 ‘2024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브랜드 및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받았다.
드림디자인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로벌 디자인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오는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한다. 그는 “하나님의 기적이 상식이 되는 회사를 목표로 달려왔는데 이번 수상으로 드림디자인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간판을 넘어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그중 100억원 이상을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하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드림디자인을 통해 다음세대의 신앙과 꿈을 지원하고 싶다”며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교회를 통해 장학사업을 펼치고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