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극단 선택 사망자 청년이 절반… 97% ‘경고 신호’ 보냈다

입력 2024-08-28 01:08

1인 가구 자살사망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청년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대부분이 사망 전 감정 변화 등의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주변에서 이를 알아챈 경우는 2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2015~2023년 ‘심리부검’ 면담을 진행한 결과 1인 가구 자살사망자 중 청년(34세 이하)이 차지하는 비율이 43.8%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홀로 살지 않는 청년(28.0%)에 비해 1인 가구 청년 자살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청년 자살사망자의 경우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실업자 비율과 구직으로 인한 직업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높았다.

앞서 복지부와 재단은 유족 1262명으로부터 얻은 자살사망자 1099명에 대한 심리부검을 진행했다. 심리부검은 자살로 숨진 이의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얻은 진술과 기록을 토대로 자살 직전 사망자의 심리·행동 변화를 확인하고,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이다.

자살사망자의 96.6%는 사망 전 주변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사망 1개월 이내 감정 상태 변화(19.1%)가 나타나거나 주변을 정리(14.0%)하는 경우다. 사망 1년 전부터는 수면 상태 변화(26.2%)를 겪거나 자살을 언급(24.1%)하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자살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대한 가족·친구·동료 등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인 가구 자살사망자의 경우 비정규직(43.7%) 비율이 다인 가구(29.7%)보다 높았다. 지속적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15.3%)도 다인 가구(8.7%)보다 1인 가구에서 1.8배가량 높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1인 가구 자살사망자 상당수가 고용 불안정과 낮은 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자살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44.2세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 64.7%, 여성 35.3%로 조사됐다.

자살사망자는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들은 가족 자살 후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자살 생각(56.3%), 임상적 불면증(33.1%), 심한 우울(20%) 등이었다. 유족의 72.7%는 가족의 자살사망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상대방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등을 꼽았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