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5] 기독 역사의 물결 타고 책·나무 향에 빠져볼까

입력 2024-08-27 03:06
그래픽=강소연

충남 천안에는 복음과 방문자들의 추억이 어우러진 '문화 쉼터'가 적지 않다. 다음 달 4일 백석대학교(총장 장종현)에서 열리는 국민일보 갓플렉스(God Flex) 집회를 앞두고 천안 곳곳의 보석과 같은 복음의 공간을 소개한다.


신앙과 예술이 만난 백석대

백석대 내 공간들 - 기독교 박물관

백석대에는 예술적으로도 뛰어나고 신앙이 녹아든 문화 공간이 네 곳이나 있다.

‘백석 역사관’을 비롯해 ‘기독교 박물관’과 ‘보리생명미술관’ ‘산사 현대시 100년관’은 학생뿐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중 ‘보리생명미술관’ ‘산사 현대시 100년관’은 천안시가 추천하는 전문 관광코스 ‘천안시티투어’에도 등록된 명소기도 하다. 문현미 백석대 부총장은 26일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백석문화예술관에서 “3년간 20명의 교직원과 함께 눈물의 기도로 이룬 결과물이 바로 백석대 안에 있는 네 곳의 명소”라면서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는 창세기 말씀처럼 창조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예술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석대 내 공간들 - 산사 현대시 100년관

이 모든 곳은 다양한 전시방식을 통해 복음과 백석대의 역사, 시의 아름다움 등을 표현하고 있다.

백석대 내 공간들 - 보리생명미술관

‘기독교 박물관’은 고대 성경부터 한국교회사까지 여러 유물이 전시돼 있다. 서대문형무소도 재현했는데 이곳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유일한 유품인 ‘삼색 뜨개모자’를 볼 수 있다. 대학과 예장백석 총회의 역사를 소개하는 ‘백석 역사관’은 관람객이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이동하는 느낌의 미디어 아트로 꾸며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산사 현대시 100년관’과 ‘보리생명 미술관’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백석대 내 공간들 - 백석 역사관

창조의 손길 담긴 노아 목공소

노아 목공소

천안 서북구에는 유리 벽에 목재를 활용해 인테리어를 한 ‘노아 목공소’가 눈길을 끈다. 손순덕(54)씨 부부가 만든 작업공간으로 현재는 목공예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피 향과 어우러진 나무 향이 방문객을 반긴다.

백석대학교회에서 9년째 신앙생활을 하는 손씨는 “25년간 소목수로 일하다 하나님을 만난 남편과 이 공간을 마련했다”며 “어느새 이곳은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라 목공예품을 통해 신앙적 메시지를 전하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소목수는 창호 같은 목재 구조물을 제작하는 전통 건축 장인을 말한다.

이곳에는 노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자연의 따뜻함과 신앙적 메시지가 담긴 목공예품이 가득하다. 성경 말씀이 새겨진 나무판과 십자가, ‘삶·숨·쉼’을 주제로 한 나무 팔찌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손씨는 “‘삶·숨·쉼’에는 ‘예수님을 만난 삶은 숨 쉴 수 있고 쉼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이곳이 영적인 평안과 쉼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손님 중에는 인근의 대학생들도 많다고 했다. 디자인 전공 학생은 목공예 제작을 의뢰하거나 카페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는 “청년들이 여기서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걸 체험하고 진정한 신앙의 깊이를 깨닫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여 서점에서 쉬어라

책방주의

천안 동남구의 한 골목에 있는 ‘책방주의’는 천안에서 나고 자란 PK(목회자 자녀) 남매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다. 최근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 소천한 아버지가 발병한 2015년, 허윤실(37)씨는 신앙인으로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다 동생과 함께 서점을 열었다.

‘책방주의’라는 이름은 ‘책방을 조심하라’는 의미와 ‘주님의 책방’이라는 뜻을 동시에 담아 비기독교인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점 내부는 성경 구절이 새겨진 미니어처와 책의 내용을 요약한 메모지가 붙은 책들로 가득하다. 허씨의 세심한 손길이 돋보이는 이러한 요소는 방문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성경 구절이 적힌 연필과 묵상 노트 등 신앙적 요소가 가미된 제품도 볼 수 있다.

허씨 남매는 평소에는 다른 직장에 다니다 금·토요일에만 서점 문을 연다. 이곳은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역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허씨의 말이다. “주 고객인 20·30대 청년들은 처음에 카페로 생각하고 방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이 기독교 서점임을 알게 돼요. 이 공간은 아버지의 투병과 직장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제게도 큰 위로를 줬어요. 적자를 보면서도 서점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수익보다 이곳이 주는 영적 울림과 쉼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이 주는 위로가 있는 공간

퐁당그림책방

청수호수공원 근처에 있는 ‘퐁당그림책방’에서는 그림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찾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책방의 이름은 ‘그림책 속에 퐁당 빠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한 나무 색깔로 마감한 내부에서는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김태희(34)씨는 그림책이 주는 깊은 감동과 교육적 가치를 전하고자 2년 전 책방을 열었다. 이 책방에서는 엄마와 어린 자녀가 그림책을 보며 시각적 문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엄마와 자녀가 참여하는 그림책 읽기 수업이나 배려와 존중, 사랑 등 기독교적 가치를 전하는 부모 교육도 진행된다.

김씨는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주는 교육적 가치는 물론 부모에게도 큰 위로와 치유를 제공한다”며 “육아에 지친 엄마와 친구가 돼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고 SNS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독교적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특별한 공간은 이외에도 또 있다. ‘오르엘 카페’는 ‘빛’과 ‘하나님’을 뜻하는 ‘오르’와 ‘엘’을 조합한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빛에 성경적 모티브를 녹인 카페다. 4대째 신앙을 잇고 있는 믿음의 가정이 운영하는 ‘이고집만두집’에서는 늘 찬양이 흐른다.

매봉교회와 천안 구도심에 있는 ‘천안타운홀’ 같은 야외 공간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유관순 열사가 어린 시절 다녔던 매봉교회에서는 독립을 꿈꿨던 유관순 열사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다. 천안타운홀은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천안=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