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6> 에노스

입력 2024-08-27 03:06

라멕이 가인의 성을 쌓을 때
나는 불사(不死)의 제단을 쌓았지
라멕이 가인의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아벨의 노래를 불렀지
빛은 어떻게 어둠을 뚫고 오는가
생명은 어떻게 죽음을 넘어 오는가
그 이유를 안 이후부터
나는 부르다가 죽을 그 이름만을
목이 터지도록 부르고 또 불렀다
내가 들판에서 처음으로 불렀던 이름이여
내 영혼을 바람처럼 휘감아주는 이름이여
그 이름의 메아리가 땅 끝까지 울려 퍼질 때
모든 영혼이 풀밭에 푸근히 누웠다.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창세기에 그러했듯이 오늘 우리 시대에도 가인의 씨가 있고 아벨의 씨가 있으며, 라멕의 씨가 있고 에노스의 씨가 있다. 그렇게 인간 세상에 악함과 선함이 공존한다. 에노스는 아담의 손자이자 셋의 아들이다. 셋은 105세에 에노스를 낳았는데 그 이름의 뜻은 유한한 연약한 등의 의미다. 에노스는 905세까지 살았으며 그로부터 본격적인 예배가 드려졌다고 전한다. 시인은 에노스에 덧붙여 어둠을 뚫고 오는 빛, 그리고 죽음을 넘어오는 생명을 말하며 그가 아벨의 계보를 이었다고 확정한다. 앞서 아벨을 노래하는 시에서 아벨이 목양의 풀밭으로 ‘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리라 믿은 것처럼, 시인은 에노스의 이름이 메아리칠 때 ‘모든 영혼’이 풀밭에 푸근히 눕는 상상에 이른다. 궁극적으로 이 시는 그 선한 품성에 보내는 찬사다.

-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에노스 : 창세기 4장 26~27절에 보면 에노스는 아담이 아벨 대신 낳은 셋의 아들인데 에노스 때에 비로소 사람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