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효력정지… 이진숙 방통위 급제동

입력 2024-08-27 00:10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 6명을 임명한 결정의 효력이 정지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한 ‘2인 체제’에서 내려진 이사 임명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방문진이 기존 야권 우위 구도로 되돌아가면서 여권에서 추진하던 MBC 사장 교체 등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26일 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새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새 이사가 임명될 경우 현 이사진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만큼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이사 임명의 취소 여부’를 다투는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새 이사들의 취임은 불가능해졌다. 만약 본안 소송에서 권 이사장 등이 승소하면 새 이사 임명은 취소되고, 패소하면 새 이사들이 취임하게 된다.

법원은 방통위가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신임 이사를 임명한 처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통위는 방통위법에 따라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 방송 자유와 공정성·공익성 등 입법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며 “법은 기본적으로 상임위원 5인으로 구성된 회의를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 2인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방통위 의결 기준에 대한 판례가 아직 없는 만큼 구체적인 위법성 여부는 본안 소송에서 판단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임명 처분의 위법성 확인이나 불분명한 법률 문제에 대한 해명을 통해 행정 적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통위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을 소명할 것”이라며 즉시 항고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은 늘 존중한다”면서도 “항고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이 윤석열 정권의 MBC 장악 시도에 제동을 건 것으로,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 임명 후 약 10시간 만에 방문진 신임 이사 6명을 선임했다. 권 이사장 등은 2인 체제의 방통위는 임명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본안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한편 방문진 이사 지원자들이 낸 같은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다. 같은 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신청인들이 다른 후보자들보다 우선순위에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양한주 이경원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