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판사로 재직해 온 이충상(67)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무난했던 판사 시절과 달리 그가 인권위원으로 재직할 때에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입장들이 이슈화되면서 편향적이라는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감내해야 했다. 이 위원은 합리적 비판은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동안의 비판들은 왜곡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인권의 가치와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난 이 위원은 그동안의 인권위 기조와 다른 색깔을 드러내다 보니 숙명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를 ‘험지’라고 표현했다. 대표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을 반대한 게 표적이 됐다. 그는 동성애자들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정당한 비판까지 옥죌 수 있는 역차별 가능성을 우려해 차금법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인권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 개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갖는 기본적인 권리이며, 최소한 인간의 도덕과 윤리가 기준이 되는 ‘보편적’ 인권이 올바른 인권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권위에 온 이후 많은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동안 판사, 상임조정위원, 교수 등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명예롭게 살아왔고 비판을 받은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근무하는 2년 동안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진실에 기초한 비판보단 발언을 왜곡해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인권위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으니 적대적 태도에 기반해 과도한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진보적인 언론은 물론 익명으로 된 인권위 자유게시판에서도 비판글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다보니 겪을 수밖에 없는 시련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차금법에 대한 반대가 표적이 됐는데.
“차금법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집단을 과하게 보호하면서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역차별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저는 기본적으로 성소수자들을 혐오하지 않는다. 혐오한다고 인식하는 것은 큰 오해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리적 비판 등 다른 목소리들을 탄압하는 법에는 반대하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인권 개념은 무엇인가.
“인권은 ‘모든 사람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 개념이 아니라고 본다. 오늘날 인권 개념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로 변질된 게 문제다. 이는 특정집단이나 개인을 이기적 존재로 만들거나 사회에 갈등을 일으키고 부적응하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올바른 인권은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천부적 인권과 최소한 인간의 도덕과 윤리가 기준이 되는 보편적 인권이라고 본다. 천부적 인권의 시작은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이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천부적, 보편적 인권의 시작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생명 존중과 신앙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시작됐다. 초안자인 쟈크 마리탱은 “신이 없는 인권은 매우 우려되며 방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이 올바른 인권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다. 이 원칙과 기준이 적용된 인권이 올바른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권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인권위가 한쪽으로 편향된 인권만을 옹호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을 균형있게 보호하는 인권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아울러 현재 인권위는 인권을 이유로 사회 현안들에 과잉 간섭을 하는 경향도 있다. 과잉 간섭을 할 게 아니라 중립에 기반해 적절한 범위의 권고를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현재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현재 일부 언론들을 중심으로 안 후보자가 차금법을 반대해 온 것을 표적으로 삼아 과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의 저서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발췌해 마치 안 후보자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극단적 혐오에 물든 사람인 것처럼 보도한다. 여러 주장들의 취지나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들이 균형감 있게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보도했으면 좋겠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