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사진) 검찰총장은 26일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한 배경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소모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검찰 외부 의견까지 경청해 공정하게 사건을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임기가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임기 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일선 검찰청 수사팀 의견을 항상 존중해 왔다”며 “수사팀 의견을 존중하듯 수심위 심의 결과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총장의 수심위 회부 지시가 김 여사의 무혐의 결론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장은 “수심위는 절차도, 구성도, 운영과 결론까지 모두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된다”며 “검찰총장은 어디에도 관여할 수 없다. 절차 진행 과정을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 총장 임기는 다음 달 15일까지로 20일 남았다. 수심위 위원 구성과 현안 심의, 결론에 대한 수사팀 검토까지 이어지면 물리적으로 그의 임기 내 명품가방 수사를 마무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총장은 이에 대해 “앞선 전례나 통상적 운영 과정을 살펴보면 임기 내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직전 수심위는 지난 1월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놓고 열렸다. 수심위 회부 사실이 공개된 후 최종 기소 처분까지 15일이 걸렸다. 이 총장은 수심위가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등 혐의로 포괄적으로 살피도록 한 이유에 대해서는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주중 수심위 위원 구성이 완료되고 이르면 9월 첫주에 심의기일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내부 분위기는 ‘수심위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달 ‘김 여사 제3의 장소 방문조사’ 논란이 불거졌고, 이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갈등이 표면화됐던 만큼 가능한 절차를 모두 밟아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총장과 중앙지검장 간 갈등이 드러난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사팀 의견대로 무혐의 처분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모습이 됐을 것”이라며 “수심위를 거쳐 외부위원들도 공감하는 처분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