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가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이 북한의 외교적 몰락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리 전 참사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에 참석해 “1960~1980년대 전성기였던 북한의 대외 관계는 국제사회의 지탄과 비난 속에 끊임없이 몰락했다”며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3대 세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외교는 모든 업무가 김씨 일가 체제를 지키고 존속하는 데 봉사하는 것”이라며 “수령 지키기, 체제 합리화, 위협 정당화가 외교의 지향이 되다보니 고립을 자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 집권 이후 국제적 고립이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시대 들어 대외정책 이념은 사회주의 집권당들과의 관계를 우선 발전시키면서 미국 패권주의에 반기를 드는 나라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중국 러시아 베트남 쿠바 이란 시리아 등 다 합쳐도 11개 정도의 나라들하고만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시대 대외 관계 원칙을 ‘고압 외교’라고 표현했다. 그는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했는데 그 중 4번을 김정은이 했다”며 “김정은은 핵·미사일에 집착하면서 김정일한테 배운 ‘벼랑 끝 전술’을 지금도 구사하고 있고 어떠한 협상이나 국제 공조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전 참사는 “친북 성향이 강한 국가들조차도 북한하고 같은 취급 받는 것을 싫어한다. 쿠바도 북핵 실험 등에 대해 일절 지지 표명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국가가 나를 창피하게 만드는데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있겠는가, 국가를 영도하는 사람이 창피스러운데 충성심이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쿠바통’이자 엘리트 외교관이었던 리 전 참사는 지난해 11월 탈북해 한국으로 왔다. 이번 포럼은 그가 참석한 첫 외부 공식 행사다. 리 전 참사는 “북한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건 서로를 믿지 않고 반체제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외부 소식이 유입되면서 내부에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