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에어매트 표준 매뉴얼’ 이제 만든다

입력 2024-08-27 02:01
경기도 수원남부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26일 에어매트 설치 및 운용 훈련을 하고 있다. 소방청은 소방서마다 제각각으로 운용 중인 에어매트 설치·훈련 등에 관한 통합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연합뉴스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사고 당시 에어매트가 뒤집혀 2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후에야 소방당국이 에어매트 표준 매뉴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뒷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호텔 업주 등의 책임 여부,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 부실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소방청은 에어매트 설치·훈련 등에 관한 통합 매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에어매트는 공기를 넣는 펌프 장치가 제조사·제품별로 다르고 주입구 크기·개수 등도 차이가 있지만, 현재 소방당국 차원의 에어매트 관련 표준 매뉴얼은 없다. 이에 일선 소방서에서는 에어매트 설치 시 제조사가 제공한 사용설명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어매트 관련 훈련도 지역마다 제각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에서는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2명이 숨졌다.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모서리 쪽으로 떨어지면서 반동으로 에어매트가 뒤집혀 숨졌고, 연이어 뛰어내린 남성도 목숨을 잃었다. 이후 소방당국의 에어매트 표준 매뉴얼이 제대로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화재 당시 설치된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구조할 수 있게 제작된 장비지만, 정작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장비 인증을 해주는 KFI는 안전성 문제로 여러 규격의 에어매트 중 5층형 에어매트까지만 인증한다. 또한 지난 2006년 지급된 에어매트가 사용 가능 기한 7년을 훌쩍 넘기고도 관련 심의를 거쳐 설치된 점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40대 호텔 업주 A씨와 40대 명의상 업주 B씨 등 2명을 입건했다. 추가로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경찰은 또 생존 투숙객, 목격자, 호텔 직원 등 15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화재 원인, 연기·유독가스가 급속도로 번진 경위,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유 등을 중점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텔 건물 7층 810호 객실 내 에어컨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는 투숙객의 진술이 나온 만큼 A씨 등을 상대로 안전 관리 및 화재 예방 미흡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에어컨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도 확인하고 있다.

사망자 7명의 장례 절차는 이날 모두 마무리됐다. 특히 이날 발인한 사망자 중에는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예비부부의 유족은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합동 장례를 치렀다. 부천시 관계자는 “어제와 오늘 희생자 7명 모두 발인을 했다”며 “앞으로도 희생자 유가족에게 심리 치료와 법률 상담 등을 계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