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채운 만큼 포도주로 바뀝니다

입력 2024-08-28 03:06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모자랐을 때, 물을 포도주를 만드신 예수님의 가나 기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우리 삶에 있어 포도주가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계셔야 하고, 문제를 아뢰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문제해결의 능력이 없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마리아는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고 예수님께 아뢰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 기적을 낳습니다. 마리아는 문제 해결의 능력이 주님께 있음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나 기적은 가능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이성에 들어맞을 때만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식이나 경험에 맞지 않아도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말씀에 순종하되, 철저하게 순종해야 합니다. 여리고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은 6일 동안 하루에 한 바퀴씩 돌고, 7일째는 일곱 바퀴를 돌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말씀에 의지하여 ‘끝까지’ 순종했을 때에 난공불락의 견고했던 여리고 성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내 생각이 말씀보다 앞서면 안 됩니다. 엘리사는 한센병을 고치려고 먼 거리를 찾아온 나아만 장군을 환대하기는커녕 나와 보지도 않고 “요단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왕하 5:10)는 전갈만 했습니다. 분노한 나아만은 돌아가려다가 마음을 바꿔 선지자의 말씀에 순종합니다. 그러자 어린아이의 살 같은 피부를 되찾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말씀에 따를 때 기적은 일어납니다.

하인들이 물을 채운 만큼 포도주로 변했습니다. 물을 채우란 예수님의 명령에 하인들은 항아리 여섯 개에 아귀까지 채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채운 분량만큼 포도주로 변했다는 사실입니다. 항아리 하나에 80~120ℓ 물이 들어가므로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습니다. 하인들이 절반만 채웠다면, 절반만 포도주로 변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적당히 채우지 않고 가득 채움으로써 차고 넘치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주님의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순종이 문제입니다. 순종의 분량을 더 키워나가야 합니다.

돌 항아리에 든 허드렛물이 최고 품질의 포도주로 변했습니다. 항아리에 채워져 있는 물은 식수가 아니라 정결 예식용, 즉 혼인 잔치 식사 전에 손을 씻기 위한 물이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물이 사람들이 취하기 전에 먼저 대접하는 좋은 포도주로 변화되었습니다. 말씀대로 믿고 맡기면, 주님은 우리를 최고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우리 속사람이 변해야 합니다. 변한 것은 항아리가 아니라 항아리 속의 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신앙 연수가 오래될수록 겉모양만 그럴듯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속사람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위기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양질의 포도주로 잔칫집의 흥과 기쁨을 이어가게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외형적인 포도주에 취하기만 해선 안 됩니다. 복음의 핵심이자 진리인 주님을 더욱더 신뢰하고 붙잡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변창욱 교수(미 언더우드대)

◇변창욱 교수는 1980년 8월 세계복음화대성회에서 선교사로 헌신하고, 프린스턴신학교 박사 취득 후 필리핀에서 사역했습니다. 저서로는 ‘한국교회 선교운동사’ ‘이슬람 확장사 관점에서 본 중세교회 선교역사’ ‘선교지 예배당 건축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장로회신학대에서 가르쳤고 지금은 미국 언더우드대에서 선교신학 교수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