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순간 시속 180㎞… 레이싱카 아닙니다 드론입니다

입력 2024-08-28 00:46
FPV 드론이 지난 6월 23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현대N페스티벌에서 고속 주행 중인 아반떼N을 촬영하고 있다.

요란한 굉음이 하늘을 가른다. 지난 6월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현대N페스티벌이 열렸다. 주행 중인 현대자동차의 아반떼N 뒤로 FPV 드론 1대가 바짝 붙어 날아갔다. 코너를 능숙하게 빠져나가는 아반떼N 모습은 드론으로 촬영돼 생중계됐다.

엎치락뒤치락 순위 싸움은 코너에서 더욱 치열하다. 고정 카메라가 찍는 정적인 화면과 달리 드론은 이 순간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연출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이날 드론 파일럿을 맡은 전배원(47) 감독은 “기존 중계 화면보다 박진감 넘쳐 이런 분야에서 촬영 문의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김경모 촬영감독과 최원균군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옥상에 올라 FPV(1인칭 시점)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FPV 드론에 장착한 LED 조명이 드론의 궤적을 보여준다. 야간 드론비행은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지난 6월부터 서울지방항공청, 국방부, 송파구청 등과 조율해 약 두 달 만에 허가를 받았다.

FPV 드론의 크기는 가로 10㎝, 세로 10㎝ 안팎으로 작다. 하지만 순간 속도는 시속 180㎞에 이른다. 빠른 만큼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 보통 2분이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아반떼N이 서킷을 도는 랩타임은 1분대로 전 감독은 1, 2회 코너를 돌면 드론을 내려 배터리를 교체하며 촬영을 이어갔다. 앞서 롯데월드타워 옥상에서 드론을 날렸던 김경모(38) 감독은 “FPV 드론은 정적인 일반 카메라보다 더 역동적인 영상을 뽑아낼 수 있어서 뮤직비디오나 대형 스포츠 경기 중계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촬영감독이 지난 6월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축구경기를 촬영하기 위해 드론을 띄우고 있다.

드론 촬영을 하는 감독들 가운데 드론레이싱 선수 출신이 많다. 드론레이싱 경기는 정해진 코스를 3바퀴 정도 돌며 랩타임으로 승부를 겨룬다. FPV 드론은 오래 날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 30초 안팎에서 경기가 끝난다. 미세한 감각, 빠른 반응속도가 필요하고 동체 시력이 우수해야 유리하다. 그래서 드론레이싱 상위급 선수 중에 10대가 많다.

드론 파일럿이 지난 6월 22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FPV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조종하고 있다.

최원균(잠일고1·15)군도 현재 FPV 드론레이싱 선수다. 세계 랭킹 3위인 최 군은 지난 5월 독일에서 열린 드론레이싱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2024 국제항공연맹(FAI) 월드 드론레이싱 챔피언십 경기에 참여하려면 세계랭킹 32위 안에 들어야 한다. 드론 종목이 대한체육회에 정식 등록되지 않아 학교 출석 인정을 받는 게 힘들다는 최군은 주말마다 지리산으로 내려가 훈련에 매진 중이다. 이런 재능들이 어느새 상업적으로 이용돼 새롭고 톡톡 튀는 영상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진·글=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