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 기술 발전으로 척추와 무릎 수술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척추 수술 후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를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FBSS)’이라 부른다. 국제 학술지(Journal of Pain Research) 연구에 따르면 척추 수술 환자의 10~40%가 FBSS를 겪는다고 보고된다. 수술 자체가 통증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거나 수술 후 발생하는 염증이나 흉터, 조직·신경 손상 등이 통증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은 26일 “만성 통증은 단순히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 환자의 정신적, 정서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수면장애, 만성피로,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각종 통증 완화 주사와 말초신경자극요법, 핌스(FIMS), 테이핑요법 등이 통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사 요법은 다양한 약물을 사용해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다. 흔히 ‘뼈 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을 일시적으로 억제하고 일정 기간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히알루론산 연골 주사는 주로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쓰이는데, 관절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 통증 완화에 일시적 도움을 준다. 신경차단 주사는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의 과민 반응을 억제해 일시적으로 통증을 해소한다. 척추 수술 후 통증 관리에 효과적이다. 인대강화주사는 손상된 인대나 건, 관절의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시킨다. 장기적으로 재발을 막아준다. 말초신경주사는 신경의 지배를 받는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 완화를 돕는다. 다발성 근육통이나 관절통, 신경 주위 염증, 신경 압박 통증 등을 해결하기 위한 빠른 방법이다. 비슷한 원리로, 근육을 지배하는 말초 신경에 직접 전기 자극을 줘서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말초신경자극요법도 있다.
핌스는 특수 바늘을 사용해 신경과 관절이 들러붙는 유착을 치료하는 시술법이다. 신경의 부종과 염증을 가라앉히고 주변 인대와 근육도 자극해 통증을 해소해 준다. 테이핑 요법은 신축성 있는 테이프를 써서 특정 부위의 근육과 관절을 지지하고 안정화하는 방식이다.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부종을 줄이며 부상 부위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 운동선수들 사이에 널리 사용됐지만 이젠 일반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통증 관리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 비수술적 척추 통증 치료법으로 척추 신경 주변에 생긴 유착을 제거하기 위해 주삿바늘이 달린 특수 카테터(도관)를 엉덩이 꼬리뼈를 통해 삽입시켜 치료하는 신경성형술, 풍선으로 신경 협착 부위를 충분히 확장한 뒤 항염증제 등을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풍선확장술 등도 널리 사용된다. 초·중기 무릎 관절염에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 신의료술로 인정받은 ‘자가 골수 흡인물 관절강내 주사(무릎 골수 주사)’가 새로운 통증 해결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 병원장은 “수술 후 지속적인 통증은 많은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되지만, 적절한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통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환자들은 통증을 내버려 두기보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