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CEO 두로프, 프랑스서 체포

입력 2024-08-26 01:35

암호화 메신저앱 텔레그램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사진)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TF1방송 등 프랑스 매체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두로프가 이날 저녁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두로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와 아동 착취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도록 방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경찰국 산하 ‘미성년자 대상 범죄단속 사무국(OFMIN)’은 텔레그램이 관리 부실과 수사 미협조, 규제 불이행 등으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해 예비조사 차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로프는 25일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 두로프(44)와 함께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프콘탁테(VK)와 텔레그램을 만든 IT 사업가다.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그는 2014년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VK 사용자의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VK 지분을 매각한 뒤 러시아를 떠났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높은 익명성을 보장해 전 세계 9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범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선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의 범행 도구로 쓰였다.

두로프 체포와 관련해 러시아는 영사의 접근권을 요구하는 서한을 프랑스에 보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두로프가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이유에서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