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달면 소리 듣고 ‘뇌 청각 중추’도 좋아진다

입력 2024-08-27 01:50

인공와우 이식은 보청기로도 효과가 없는 고도난청 환자들에게 달팽이관(와우) 안에 전극을 심어 소리를 듣게 해 주는 치료법이다. 이런 인공와우를 이식받으면 청각 기능뿐 아니라 실제 뇌의 청각 중추가 회복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 결과로 처음 규명됐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후천적 청각장애로 한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이식 1년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수술 전후 대뇌피질 변화를 분석했다. 대뇌피질은 뇌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이다. 선행 연구에서 고도난청 환자들은 청각과 언어 인지를 담당하는 뇌 상부 측두엽 등 많은 부위에서 대뇌피질 부피가 감소돼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분석 결과 인공와우 이식 후 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청각피질을 포함한 대뇌피질 부피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뇌피질이 회복된 정도가 청각 기능의 회복 정도와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뇌 상측 측두이랑의 부피 증가가 수술 후 단어 인식 능력의 호전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청각 능력의 향상이 뇌 청각 중추 구조의 회복과 관련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박 교수는 26일 “인공와우로 청각 기능이 향상하면서 위축돼 있던 대뇌피질이 제기능을 찾는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면서 “향후 난청 인구가 늘어나는 초고령 사회에서 인공와우를 통한 적극적인 난청 치료가 대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