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있는 중년 여성은 초로기 치매, 이른바 ‘젊은 치매’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2.5~2.7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초경이 늦거나 폐경이 빠른 여성은 조기 발병 치매 확률이 증가하는 만큼, 정신건강 관리와 검진 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초로기 치매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전에 진단되는 치매를 말하는데, 최근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유정은,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소화기내과 진은효 교수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40~60세 폐경 전 여성 94만6931명과 폐경 후 여성 67만4420명을 약 9년간 추적 관찰해 얻은 연구 결과를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폐경 전 우울증이 있는 여성들의 초로기 치매 발병 위험은 우울증이 없는 이들에 비교해 2.67배 증가했다. 폐경 후 우울증을 겪은 여성은 이런 위험도가 2.5배 높았다.
초경 나이가 늦거나 폐경 나이가 빠른 여성일수록 위험도는 증가했다. 15~16세에 초경을 겪은 여성과 비교해 16세 이후 초경을 한 여성의 조기 치매 발병은 36% 증가했고 특히 알츠하이머병 발병은 46% 높았다. 또 51~54세에 폐경을 경험한 여성과 견줄 때, 40세 이전에 폐경을 맞은 경우 전체 조기 치매 발생은 67% 증가했고 알츠하이머병은 83%나 높았다.
이는 중년 여성의 우울증이 초로기 치매 발병에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됨과 동시에 호르몬과 관련된 여성의 생리적 변화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울증으로 인한 혈중 ‘글루코코르티노이드(대사 관련 호르몬)’ 농도의 만성적인 증가가 뇌의 해마 위축, 기억력 장애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우울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독성물질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과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다.
유정은 교수는 26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뉴런(신경세포)을 촉진하고 뇌세포 정보 전달을 원활하게 하는 등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따라서 늦은 초경, 이른 폐경 등으로 에스트로겐 노출이 줄어드는 것이 조기 발병 치매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이 없어 일반적으로 치매 위험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도 호르몬 노출 기간이 짧은 경우 조발성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 또 폐경 전 여성에게서 호르몬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폐경기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로 우울증이 증가한다”면서 “중년 여성은 적절한 우울증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하며 조기 폐경을 경험했다면 호르몬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