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사태’ 작년 10월 이미 알고도 늑장 대응

입력 2024-08-26 02:53
우리금융그룹 사옥. 연합뉴스

우리은행 현 경영진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이미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 측이 불법을 인지하고 보고 및 공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현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과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지난해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대출이 대거 이뤄진 사실을 현 경영진에 보고했다. 손 전 회장 사태에 대한 우리은행 경영진 인지 여부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부서 보고에도 우리은행은 즉각적인 조치 없이 3~4개월이 지난 뒤인 올 1월에야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3월 감사를 종료하고, 4월 관련자 면직 등 징계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지주 경영진은 늦어도 3월엔 감사 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부의 안건을 보고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됐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적어도 4월 이전에는 금융사고 보고 및 공시의무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이 자체 감사 결과를 전달한 건 금감원이 손 전 회장의 부적정 대출 관련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직후인 지난 5월이다. 관련자 고소도 금감원 검사 결과가 발표된 이달 9일에야 진행했다. 사고 공시는 23일에야 이뤄졌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이 이번 사안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그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지주·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손 전 회장 사태와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처벌할 수 있냐는 진행자 질문에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것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