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웃은 대형쇼핑몰… ‘휴가철 비수기’ 공식 깨졌다

입력 2024-08-26 03:14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25일 서울의 한 대형쇼핑몰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로 유통업계에서 통상 비수기로 여겨지는 휴가철 대형쇼핑몰과 백화점의 매출과 방문객 수가 늘었다. 뉴시스

두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이모(40)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지 않는 휴일 즐길 거리가 많고 시원한 대형쇼핑몰을 주로 찾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한 대형쇼핑몰에서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극장판 ‘사랑의 하츄팡’을 관람한 뒤 팝업스토어를 구경했다. 이씨는 “대형쇼핑몰엔 키즈카페가 마련돼 있고 식당에도 아이 전용 메뉴가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로 휴가철 유통업계가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널찍하고 쾌적한 실내공간을 갖춘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을 찾으며 피서하는 ‘몰캉스(쇼핑몰+바캉스)’족이 늘어난 덕분이다. 피서객들이 휴가를 떠나는 7~8월은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의 비수기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 되면서 백화점 및 대형쇼핑몰 방문객 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방문자 수는 이달 들어 (1일~18일) 지난해 대비 22%가 증가했다. 더현대판교는 같은 기간 방문자 수가 약 10% 이상 증가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화된 8월에는 방문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송파구 롯데월드몰의 경우 이달 (1일~20일) 방문객이 350만명에 달했다. 수도권 지역의 ‘도심 속 피서지’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 스타필드 하남점도 이달 총 방문객이 145만명으로, 131만명이었던 지난해보다 9.6%나 늘어났다. 주중에는 하루 평균 5만5000명, 주말에는 10만5000명이 방문했다.

특히 저녁 시간대 방문객 증가가 두드러졌다. 무더위가 밤늦게까지 지속되면서 이용객들의 발길도 늦은 저녁까지 이어진 것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의 오후 5시30분~8시30분 방문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20%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오후 6시~8시 방문객은 22.5% 증가했다. 매출도 함께 8.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식음료 매장 매출이 18.8% 늘었다. 송파구 롯데월드몰, 경기도 수원 권선구 타임빌라스 수원(구 롯데몰)의 식음료 매출도 30%가량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식음료로 무장한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푸드홀 ‘하우스오브신세계’의 매출은 오후 5시 이후 매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우스오브신세계 푸드홀 12곳은 모두 유통업계 최초로 입점한 곳들이다. 지난 6월 오픈 이후 약 한 달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배 증가했다.

대형마트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오후 6시~8시 방문객은 8%가량 늘어났다. 해당 시간대 신선식품 매출은 약 6%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휴가철은 통상 유통업계 비수기였는데 올여름 깨졌다”며 “한낮 폭염과 열대야에 쾌적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이용객이 늘고 저녁 식사를 즐기거나 팝업스토어를 돌아보기 위해 대형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