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격업소 배달료 지원 두 달… “팔면 팔수록 손해”

입력 2024-08-26 02:41

착한가격업소 A식당은 지난 6월 중순 배달앱에 가입해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구청 공무원이 “정부에서 배달 요금 지원 사업을 시작했으니 혜택을 받아 보라”고 권유한 게 계기였다. 행정안전부는 6월부터 착한가격업소 배달료 지원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에서 착한가격업소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소비자에게 배달료 2000원 할인 쿠폰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A식당은 배달앱에 가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탈퇴했다. 배달앱 중개수수료, 배달료, 포장 용기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었다. 착한가격업소는 주변 상권보다 저렴한 가격, 청결한 시설 등을 고려해 선정된다. A식당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박리다매’로 버티며 음식 요금을 동결해왔다. 하지만 배달은 얘기가 달랐다.

A식당 업주는 25일 “식당에는 배달 지원금이 십원 한 장 안 온다”며 “배달앱 중개수수료에 배달료 내고, 포장 용기까지 계산하면 지금 가격엔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하려면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배달로 매출이 뛰더라도 인건비가 너무 비싸 사람을 쓸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착한가격업소 업주들 사이에서는 배달 요금 지원 사업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배달앱 입점을 권유하고 있지만, 영세한 규모가 대부분인 착한가격업소 입장에서는 배달을 새로 시작하는 것 자체가 물적·심적 부담으로 다가온 탓이다.

또 다른 착한가격업소 B식당 역시 6월 배달앱에 가입했으나 이내 그만뒀다. 한정된 인력 탓에 매장 운영조차 벅찬 상황에서 배달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한다. B식당 업주는 “배달 수수료, 배달료에 나가는 돈이 적지 않다”며 “뼈 빠지게 고생해도 버는 돈은 요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생과 단 둘이 가게를 돌리는데 배달 물량이 늘어난 탓에 손목이 고장 났다”며 “물리치료비가 버는 돈보다 더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홍보에도 현장 호응은 크지 않다. 요식업으로 분류된 착한가격업소 6238여곳 중 실제 배달을 하는 곳은 900여곳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는 배달료 지원 사업에 국비 30억원과 지방비 70억원을 합쳐 100억원을 투입했지만 지난 6~7월 두 달간 예산 집행률은 6%에 불과하다.

행안부는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예산 집행률이 낮다고 해서 호응 없는 사업, 실패한 사업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며 “실적이 부진할 수 있지만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도 있다”고 해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