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다이아몬드

입력 2024-08-26 00:40

영화 ‘타이타닉’은 84년 전 대서양에서 침몰한 호화 유람선을 탐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탐사 목표는 ‘대양의 심장’이라는 다이아몬드다. 몰락한 귀족의 딸 로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약혼자가 건넨 이 다이아몬드는 루이 16세의 소장품으로 아이 주먹 만한 크기다. 원치 않는 결혼을 놓고 고민하던 로즈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3등실의 가난한 청년 잭에게 다이아몬드만 걸친 자신의 알몸을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누드화와 다이아몬드를 금고에 넣고 줄행랑을 친 두 남녀는 그날 밤 타이타닉의 침몰로 이별한다.

영화 속 다이아몬드의 존재는 허구지만 실제 유사한 보석이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된 ‘호프 다이아몬드’가 그것이다. 세계 4대 다이아몬드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다이아몬드는 프랑스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로 유명했으나 이후 이 보석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 대부분 자살이나 사고사, 파산 등 비극으로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왕가에서는 다이아몬드를 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보석으로 여겨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꾸미는 데 열을 올렸다. 그중 영국 왕실의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1905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3106캐럿짜리 원석으로 가공됐다. 최근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공개된 2492캐럿짜리 원석은 119년 만에 가장 큰 원석이다. 다이아몬드 산업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보츠와나로서는 대물 다이아몬드의 등장에 온 나라가 흥분했다.

그런데 인공 다이아몬드의 등장 이후 천연 다이아몬드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는 물리적, 화학적 특성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5분의 1 수준이다. 그 바람에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최근 1년 6개월 새 30% 이상 하락했다. 다이아몬드 유통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기업 드비어스의 오랜 마케팅 문구(Diamond is forever)와 달리 영원한 건 없는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