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편의점서 현장 체험… 발달장애 아동 자립 도와

입력 2024-08-26 03:01
백석ABA센터 스태프와 어린이들이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역에서 지하철 이용 활동을 체험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서너 명이 한 카페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직접 골랐다. 주문부터 신용카드 결제까지 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은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할 때마다 호기심과 긴장감이 얼굴에 번졌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백석대 부속 ABA센터(소장 홍이레 교수)의 2차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 마지막 날 풍경이다.

아이들은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자리를 찾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이런 활동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다양한 상황을 미리 경험하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 단순히 교실에서의 학습을 넘어 실생활 적용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백석ABA센터는 응용행동분석(ABA·Applied Behavior Analysis)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 발달을 돕는 기관이다. ABA는 인간의 행동을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동심리학의 한 분야로 발달장애 아동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센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에게 효과적인 ABA 치료를 통해 아동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고 있다. 또 부모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부모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상담 세션과 교육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홍이레 백석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25일 “아이들이 학교 내 도서관 카페 편의점 지하철 등을 이용하며 실제 생활 경험을 쌓는 것이 사회적응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현장체험 활동을 맘껏 할 수 있다는 점은 백석ABA센터가 가진 큰 강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발달장애 아동은 종종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적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립적인 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백석ABA센터는 올해 초 개설됐다. ‘기독교적 사랑 실천’을 기치로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수준 높은 ABA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ABA는 서울 시내에만 70개 이상의 센터가 운영될 정도로 주목받는 분야이지만 높은 비용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백석ABA센터는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춰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백석대가 가진 기독교적 사랑과 이웃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뛰어난 교수진과 전문가도 포진해 있다.

홍 교수는 “백석ABA센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 부속 응용행동분석 교육기관”이라며 “이곳에서 교육받는 모든 아이가 세상에 나가 유연하게 적응하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센터 소속 교수와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