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치과병원에서 폭발물 테러가 발생했다. 이 병원에서 진료받았던 70대 남성이 치료에 불만을 품고 부탄가스로 만든 폭발물을 터뜨린 뒤 1시간 30분여 만에 자수했다.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지만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22일 오후 1시14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건물 3층에 있는 치과병원 출입구에 놓여 있던 정체불명의 종이 상자가 폭발했다. 연쇄 폭발이 이어지며 연기와 불꽃이 일었다.
당시 병원은 점심 휴식시간으로 오가는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이 나면서 치과병원과 4~6층에 위치한 한방병원 관계자, 환자 등 90여명이 대피했다. 이 불로 병원 내부에 있던 가구와 천장 등이 훼손됐고, 작동한 스프링클러 덕분에 불은 확산하지 않았으며 출동한 소방당국이 10분 만에 진화했다.
상자는 직사각형 모양의 중형 크기로, 인화물질이 담긴 플라스틱통과 부탄가스 4개가 묶여있는 채 넣어져 있었다. 폭발 직후 경찰은 누군가 폭발물을 고의로 터뜨린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건물과 병원 CCTV를 분석한 경찰은 한 남성이 폭발물이 든 종이상자를 병원 출입구에 두고 불을 붙인 뒤 도주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이 남성의 행방을 추적하다 1시간 30분여 만에 자수하러 온 그를 광산경찰서 앞에서 붙잡았다.
이 남성은 이 치과병원에서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 김모(79)씨로 확인됐다. 김씨는 범행 이후 택시를 타고 자택으로 가던 중 자수하기로 하고 경찰서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병원 치료에 불만을 품고 이러한 일을 벌였다고 했다. 그는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병원 진료에 불만을 가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경찰도 김씨 체포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치과와 김씨와의 관계에 대해 “병원 이용환자”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이 터진 당시 상황에 대해 “점심시간이었지만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 치과 안에는 병원 관계자들이 있었다”며 “피의자는 병원 출입문 바로 안쪽에 상자를 두고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 동기와 폭발물 제조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