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3연속 동결… 대통령실 “아쉽다”

입력 2024-08-23 00:10 수정 2024-08-23 00:1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기준금리를 두고 이를 결정하는 한국은행과 대통령실 사이 이견이 표출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는데 직후 대통령실에서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경제 현실에 관한 양측의 판단과 인식 차이로 발생한 일인데 불협화음이 이어질 경우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금통위의 금리 결정 직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리 결정은 금통위 고유 권한이긴 하나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드는 등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 이후 대통령실이 즉각적으로 아쉬움을 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준금리에 관한 정권과 중앙은행의 기싸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일단 결정된 뒤에는 이를 존중하는 게 관례였다. 특히 금리를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발언은 기준금리 결정에 관해 독립적 권한을 지닌 한은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돼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금통위는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13차례 동결이다. 다음 금통위 회의가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1년7개월째 제자리다. 한은 설립 이래 횟수와 기간 모두 역대 최장 기록이다.

대통령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건 내수 침체 타개를 위해 금리를 하루라도 빨리 인하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여당 인사들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수 부진을 거론하며 이달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다. 금통위 결정에 대한 정부 내 불만은 표출된 것보다 더 큰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한은은 최근 부동산값 급등과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 불안이 더 문제라고 봤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외환시장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3개월 내 방향에 대해선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 때(2명)보다 2명 더 늘었다.

황인호 이경원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