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3시쯤 서울 광진구 자양한강도서관. 책가방을 멘 채 도서관으로 향하는 사람들 사이로 음료수 캔과 페트병을 가득 담은 봉투를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도서관 정문 옆 재활용품 회수 기계 앞이었다. 불과 30분 사이에 10명 넘는 사람이 방문하면서 한때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 기계는 ‘네프론’으로 불리는 재활용품 회수기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지자체가 설치한 것이다. 세척한 캔과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넣으면 10원씩 포인트가 적립된다. 1인당 하루 최대 30개까지 가능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광진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선우(55)씨는 “매일 손님들이 먹은 음료수 캔이 30개는 된다”며 “어차피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데 산책 겸 조금 걸어서 이곳까지 오면 300원을 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3만원 정도 모았다며 “이 돈으로 책 2권은 살 수 있겠다”고 했다.
최은자(55·여)씨는 “지금까지 5000원 정도 모았는데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면 아주 쏠쏠하다. 조금 더 적립금을 모아 가족과 함께 먹을 반찬을 여러 개 살 예정”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씨는 “회수기가 사람 키를 조금 넘는 정도 크기라 용량이 금방 찬다”며 “오후 늦은 시간만 돼도 용량이 가득 차 재활용품을 더 수거하지 못해 허탕 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광진구 관계자는 “올해 2분기 기준 회수기 이용자 수가 이전에 비해 29%나 증가하는 등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지난 4월 기계 8개를 설치했고 하반기에도 추가 설치를 위해 예산 1억4000만원가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 이용층은 40·50대 이상 어르신이지만 건국대에 설치된 기계도 학생들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거 보상제를 통한 ‘짠테크’ 열풍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통해 g당 30원씩 보상해준다. 성동구 관계자는 “1년 예산을 4400만원으로 잡고 있는데 지난해 참여율이 높아 예산을 초과했다”며 “올해는 수량 제한 등 참여 제한 조치를 취했는데도 참여율이 작년만큼 높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잔돈이 귀해지고 시민들이 용돈벌이 수단을 늘리는 과정에서 참여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