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인 이모씨는 매일 아침 40대 의사 부부가 사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로 출근한다.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을 하는 가사관리사로 하루 6시간 일해 매달 180만원가량을 번다. 이씨는 “전업주부로 살아 국민연금도 없고 30만원 남짓한 기초연금으로 먹고살기 빠듯하다”며 “수입이 더 괜찮은 산후도우미를 하고 싶지만 나이가 많아 그것도 쉽지 않다”고 22일 말했다.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받는 월평균 연금액은 6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1인 최소 생활비(124만3000원·2021년 기준)의 절반을 겨우 넘는 액수다. 65세 이상 1인 가구는 월평균 연금이 58만원에 그쳤다. 통계청은 기초·국민연금 등 11종 연금 자료를 집계해 이런 내용의 ‘2022년 연금통계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는 818만2000명, 수급률은 90.4%였다. 수급자는 전년 대비 41만4000명 늘었고 수급률은 0.3% 포인트 올랐다. 통계청은 “2016년부터 수급자와 수급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급 내역을 뜯어보면 월 25만~50만원(40.4%)이 가장 많았다. 25만원 미만도 19.9%나 됐다. 수급액이 큰 순서대로 수급자를 나열했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사람이 받는 중위금액은 41만9000원이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주는 생계급여 최대액(월 62만3368원)보다 적다. 연금 수급자의 절반 이상은 42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노후생활을 맞게 되고, 부족한 수입을 채우려면 육체노동과 같은 추가 소득원을 찾아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연금별 월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이 27만9000원, 국민연금이 41만3000원이었다. 가장 많은 건 직역연금(252만3000원)이었고, 퇴직연금(158만3000원) 농지연금(130만6000원) 주택연금(121만6000원) 등 순이었다. 2개 이상 연금을 받는 비율은 36.0%로 전년(34.4%)보다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10명 중 4명 미만에 그쳤다.
연금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더 커졌다.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 중 200만원 이상 받는 비율은 5.4%로 전년(4.9%) 대비 0.5% 포인트 늘었다. 65세 이상 무주택자는 월평균 50만8000원을 연금으로 받은 반면 유주택자는 82만5000원을 받았다. 특히 12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는 월평균 202만2000원을 연금으로 받으며 전년(155만원) 대비 30.2% 늘었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주택연금보다는 연금저축 등 개인연금 수급이 늘어난 것이 유주택자의 연금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주택 보유자의 보험료 지급 여력도 상대적으로 더 나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