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거나 부모의 연금 등에 의지하는 ‘란웨이와(爛尾娃·부실 자녀)’라는 새로운 노동계층이 생겨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란웨이와가 새로운 유행어가 됐다며 중국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보도했다. 란웨이와는 부실·미완공 건물을 뜻하는 ‘란웨이러우(爛尾樓)’에 빗댄 표현이다.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까지 오르자 당국은 통계 발표를 중단한 뒤 통계 산정 방식을 바꿨다. 그런데도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7.1%를 기록했다.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1179만명의 대학졸업생은 극심한 취업난에 직면했다.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혼란과 정부의 금융·기술·교육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이유로 꼽힌다.
미국 미시간대 사회학과 저우윈 교수는 “중국 대학 졸업장이 더 나은 취업, 사회적 계층 상승 등을 보장했지만 지금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대졸자들은 눈높이를 낮춰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거나 취업에 실패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의 연금과 저축에 의존하는 ‘전업자녀’가 된다. 범죄에 빠져드는 청년도 있다.
차오모씨는 베이징의 명문인 중국외교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저임금 일자리밖에 없어 고향인 허베이성으로 돌아갔다. 후베이성에서 중의학대를 졸업한 첸모씨는 국영기업의 영업직에 취직했으나 하루 12시간씩 일하는데도 일급이 60위안(약 1만1000원)에 불과해 그만뒀다. 이후 130통 이상의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아직 재취업을 못하고 있다.
중국은 1999년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대폭 확대했다. 교육부 산하 학술지인 중국고등교육연구가 지난 6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7년까지 대학생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2034년에 약 1800만명의 대학졸업생이 배출돼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