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으로 매주 채플을 6회 인도하고 기독교 과목을 기획하며 기독학생회를 지도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채플에는 교계 초교파 지도자를 초청했다. 특히 한경직 강신명 림인식 박조준 김동익 김선도 최훈 목사 등이 자주 숭실대를 찾아 말씀을 증거했다.
기독 학생과의 신앙 교제와 학원 전도는 즐거운 일이었다. 학생들은 교목실의 지도를 잘 따라줬다. 학생회관 5층의 학생회실에서 매주 예배를 드렸는데 학생들은 스스로 간증과 찬양을 하고 외부 강사를 모셔 말씀을 듣기도 했다. 다양한 교회와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등 여러 선교단체에서 모인 이들이었기에 기독학생회는 ‘기독인연합회’로 불렸다. 이단을 제외한 학생 모임은 모두 기독인연합회에서 연합해 활동하도록 권했다.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에선 연세대 이화여대 계명대 등 각 기독 대학 교목과 협력해 학원 선교에 나섰다. 교목회는 매년 여름 각 대학 기독 학생이 함께 참가하는 하기 캠프를 열었다. 한번은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해당 캠프를 개최했는데 이때 신앙이 좋고 성격도 발랄한 한 계명대 학생을 만났다. 나중에 그 학생은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선교학을 전공해 교수가 됐다. 김승호 한국성서대 교수 이야기다.
기독 대학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선 대학교수와 직원이 기독교 이념으로 무장해야 한다. 나는 매주 수요일 오전 이들과 교직원 예배를 드리면서 함께 신앙을 키워나갔다. 교수 신앙수양회는 초창기엔 서울교육문화회관(현 더케이호텔서울)에서 모였으나 차츰 야외를 선호해 설악산으로 갔다. 오전에는 신앙 강좌를, 오후엔 등산을 했다. 저녁엔 단과대별로 모여 친교 및 토의 시간도 열었다. 교수 신앙수양회는 여러 전공 교수 간 인간적 친목과 신앙 소통의 장이 됐다.
숭실대의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건학이념은 ‘진리와 봉사’다. 나는 한국에서 기독교 대학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한다. 선교사의 교육선교 일환으로 세워진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계명대 등 기독교 대학은 국가 근대화 과정에서 제 역할을 했다. 특히 숭실대는 일제강점기 청교도 신앙을 가진 미국 선교사 조지 섀넌 매큔(한국명 윤산온·1873~1941) 학장이 동방요배를 거부하고 학교 문을 닫은 역사가 있다. ‘진리와 봉사’라는 건학 이념에 충실했던 것이다.
기독교 대학의 채플은 일반대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다. 그렇기에 지원서에 채플 수강 의무 조항을 반드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건학이념을 지키다 혹여 행정소송을 당해 학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채플에 참석한 학생 가운데는 졸거나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나중에 살펴보니 이런 상황에도 설교나 강의가 들려 시나브로 기독교 가치관에 젖어 든 제자들이 꽤 됐다. 심지어 채플 출석을 거부했던 졸업생 가운데는 채플에서 들었던 강사의 간증이나 합창단 찬양에 감동해 기독교에 호감이 생겼다는 경우도 꽤 된다. 그렇기에 채플은 학생의 기호에 맞는, 청년층과 소통이 잘 되는 강사를 섭외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내용은 단순 교양 강의를 넘어 신앙적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