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음악, 동영상 등이 수익을 내면 원저작자에게 보상이 돌아갈까. 현시점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AI 지식재산권 수익화 모델을 제시한 스타트업이 3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회사 가치를 높이 평가한 삼성전자의 벤처캐피탈 자회사 삼성넥스트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패리스 힐튼 등이 해당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재권(IP) 플랫폼 ‘스토리’를 개발한 PIP 랩스는 8000만 달러(약 107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지금까지 총 1억4000만 달러(약 19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22억5000만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기업 가치는 투자를 유치했을 때 인정받은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PIP랩스는 초기 단계의 투자인 시드 투자에 이어 시리즈 A, B 투자 유치까지 마쳤다.
PIP랩스는 웹 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창업해 카카오에 매각한 이승윤(사진) 대표와 구글 출신 제이슨 자오 최고프로토콜책임자(CPO)가 공동 설립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에 래디쉬를 5000 억원에 매각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전략 담당을 역임하다 회사를 나와 2022년 창업에 나섰다. 자오 CPO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연소 프로젝트매니저(PM)를 지냈다.
스토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저작자가 자신의 IP를 보상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AI가 콘텐츠를 학습하거나, 제3자가 AI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면 원저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유튜버가 챗GPT를 이용해 대본을 만들고 AI를 활용해 기존 캐릭터를 이용한 동영상을 만든다면, 이 동영상에 대한 수익을 각 캐릭터를 소유한 스튜디오가 돌려받는 구조다.
IP를 둘러싼 분쟁은 세계적 골칫거리다. 지난 6월 미국 음반산업협회는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무단으로 복제·침해한 혐의로 AI 음악 생성 서비스 업체들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니 뮤직 등 3개 음반사는 AI 음악 생성 서비스가 아티스트의 음악을 무단으로 AI 모델 훈련에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업체가 뉴욕타임스가 출판한 기사를 무단 학습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올해 360억 달러(약 48조원)에서 2030년 3651억 달러(약 487조원)로 1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생성형 AI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시장이 개화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화 속도와 저작권 관련 규제에 따라 스토리의 수익화 모델 성패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빅테크 기업들이 창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어떤 보상도 지불하지 않은 채 그들의 IP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본래 창작자의 잠재적 수익원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