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2주째 이어진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러시아에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결국 전략적 패배를 당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선을 96㎞가량 확장해 추가 병력을 동원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상황에서 진격 속도가 느려져 러시아에 반격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러시아 정치·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자국 침공을 군사적 이익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크라이나의 현재 진격 속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응할 시간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2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 6일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 서남부 쿠르스크 일대를 장악했다. 하지만 진격 속도는 급습 1주 뒤부터 느려졌다. 지난 13일 “1000㎢ 넘는 러시아 영토를 장악했다”고 주장한 우크라이나는 20일에는 “93개 마을을 포함해 1263㎢ 면적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러시아 관점에서 보면 쿠르스크 공방은 우크라이나의 제한적인 병력을 고갈시키고, 다른 전선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를 만든 것”이라며 “러시아 측 전문가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시적인 정치적 승리가 전략적 패배로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훌륭한 군사작전으로 평가되지만 결국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 고등경제학교 정치학자인 바실리 카신은 NYT에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격은 자원에서 우세한 러시아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소모전을 장기화할 뿐”이라며 “러시아가 충격을 받아 전쟁에 대한 신념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러시아인에게 분노를 안겨주거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쿠르스크 침공의 장기적 영향은 불분명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96㎞가량 늘린 전선에 병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인구는 우크라이나보다 3배 많고 산업 기반도 더 크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권에 대한 공격도 시도했다. 모스크바주 포돌스크의 세르게이 소비야닌 시장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가해 방공부대가 11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5월 모스크바 드론 공격보다 큰 규모”라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8기의 드론이 요격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