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들 부축… 취업의 꿈·비전 불어넣는 교계

입력 2024-08-23 03:00
윤성화 멘토링연구소장이 지난해 1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한 수련회에서 청년들에게 비전특강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윤성화멘토링연구소 제공

“대학 졸업까지 딱 한 학기 남았을 때였어요. 발등에 불은 떨어진 것 같았지만 막상 뭐부터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어요. 하고 싶은 일이 없었거든요.”

기성호(33)씨는 자존감이 가장 낮았던 시기로 2018년 스물일곱 그때를 떠올렸다.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미국까지 다녀온 터였지만 하고 싶은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왔는데도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살지 막막했다”며 “졸업한 뒤에도 한동안 그냥 쉬었다”고 했다.

당시 기씨 같은 청년들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쉬었음’ 인구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처럼 일을 하지도 찾지도 않는 청년이 근래 부쩍 늘고 있다. 22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살펴보면 ‘쉬었음’ 청년(15~29세)은 지난달 44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7월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44만1000명)보다도 많다(44만3000명).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고령층(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 견줘 가장 많았다.


또 다른 문제는 청년들에겐 일할 의지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로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들여다보면, “일하기를 원했냐”는 질문에 응답자 4명 중 3명(75.6%)은 구직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구직 의사가 있는데도 쉬고 있는 나머지 청년층은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해서’ 쉬고 있다고 했다.

기씨가 ‘쉬었음’ 통계에서 빠져나온 시기는 2019년이었다. 캠퍼스 선교단체 지인의 소개로 기독청년 진로교육단체에서 ‘비전스쿨’ 강의를 수강한 뒤다. 그는 “윤성화멘토링연구소에서 지난 20대 경험을 기록하면서 내가 뭘 잘하는지, 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찾아갔다”며 “비전에 맞는 직군을 하나씩 좁혀가면서 지원할 회사를 물색했다”고 했다. 그렇게 2019년 말 기업 20곳에 첫 지원서를 낸 그는 K건설에 합격해 현재 대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방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 하는 일에 매우 만족한다”며 “경력을 쌓은 뒤 훗날 창업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가인지캠퍼스가 마련한 기독청년 취업 콘퍼런스 현장. 가인지캠퍼스 제공

경제활동 의지를 상실한 청년세대에 비전과 역량을 불어넣는 믿음의 단체는 또 있다. 경영컨설팅 기업 가인지캠퍼스는 ‘청년일터학교’ ‘비전프로그램’ ‘취업콘퍼런스’ 사업으로 청년들의 근로 의욕을 뒷받침하고 있다. 회사는 한동대를 비롯해 한국대학생선교회(CCC)와 협력 관계이기도 하다. 정우현 본부장은 “기독청년이라면 프로그램 참여에 제한이 없다”며 “작은 교회 청년부에서도 멘토링 요청이 온다면 얼마든지 협력하겠다”고 했다.

청년 취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교회도 적지 않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지난 6월 2박3일간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크리스천 취업스쿨’을 진행했다. 취업스쿨은 청년들이 특기와 적성을 발견하는 강의로 시작된다. 강사는 기업 인사팀 등에서 현업으로 일하고 있는 교회 집사들이다. 청년들은 합숙하면서 강사의 피드백을 반영해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고 강사진 앞에서 모의 면접을 보기도 한다.

서울 오륜교회 청년들이 지난 6월 교회 크리스천 취업스쿨에서 모의 면접을 보고 있는 모습. 오륜교회 제공

서울 왕성교회(길요나 목사)는 지난 4월 교회 어린이집을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연면적 350㎡(106평)에 달하는 청년센터W엔 스터디카페를 비롯해 취업 지원을 위한 AI면접실 세미나실 같은 시설이 들어섰다. 이 교회 청년부 사역자인 윤요한 목사는 “청년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공간을 전환했다”며 “시설은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 지원으로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교회 사역도 눈길을 끈다. 서울 본교회(조영진 목사)는 교회 청년들에게 방학마다 자기계발비를 지원하고 있다.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비전을 발견할 수 있도록 밀어주자는 취지다. 자기계발비는 자격증 취득은 물론 여행 등 취미생활에 쓰인다.

이밖에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매년 한세대와 취업박람회를 열어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는 교회 안팎의 전문가들을 강사로 내세워 청년들에게 무료 취업 컨설팅을 연계하고 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