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세상을 봐야하나

입력 2024-08-23 03:04
‘조직신학 1,2’의 저자 웨인 그루뎀 미국 피닉스신학교 연구교수가 지난 2020년 캘리포니아주의 한 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복있는사람 제공

“성경은 하나님 말씀이 담긴 책인가, 인간의 종교적 경험과 사상을 다룬 책인가.” “천지창조 등을 논하는 성경과 과학은 상호 모순되는 게 아닌가.”

기독교를 진지하게 고려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기독교를 믿은 지 얼마 안 됐거나 신학적 지식에 취약한 편이라면 다음 같은 내용으로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지구 나이가 45억년이라고 보는 ‘오래된 지구론’과 지구 역사는 6000년~1만년에 불과하다는 ‘젊은 지구론’ 중 어느 것이 기독교 관점에 가까운가.”

이들 질문의 핵심은 ‘기독교인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다. 이에 성실히 응답하는 책이 최근 새 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 미국 복음주의 신학자 웨인 그루뎀 피닉스신학교 연구교수의 ‘조직신학 1,2’(복있는사람) 전면 개정증보판이다. 1994년 펴낸 저서에 최신 신학적 쟁점과 연구 결과를 추가해 초판보다 16% 늘어난 분량으로 2020년 출간됐다. 두 권으로 나눠진 한글판 분량은 총 2240쪽에 달한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전공 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복음주의권에서 손꼽히는 조직신학자다. 우리말을 비롯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19개국 언어로 번역돼 30년간 100만 독자를 만난 이 책으로 저자는 복음주의권, 특히 개혁주의 신앙을 추구하는 전 세계 기독교인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고든콘웰신학교 달라스신학교 덴버신학교 리폼드신학교 등 미국 개혁주의 신학교에서는 교재로 사용됐다.

신론과 인간론 등 조직신학 7대 분야와 최근 논쟁거리를 평이한 언어로 가급적 명료하게 다룬다는 게 이 책의 강점이다. 저자는 개정증보판과 초판 서문에서 여러 사안을 바라보는 자신의 신학적 관점을 미리 밝힌다. 그는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며 참되고 오류가 없다는 입장인 ‘성경의 무오성’을 지지한다.(민 23:19) 참으로 거듭난 사람이라면 그 구원은 효력을 잃지 않는다는 개혁주의적 관점을 따른다. 방언의 은사 없이도 성령 충만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세례는 유아 때가 아닌 스스로 신앙을 고백할 때 줘야 한다는 침례교적 입장을 고수한다. 모두 성경 말씀에 근거한 주장이다.

물론 그가 성경을 둘러싼 각종 논쟁에 전부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지구의 나이’에 있어 저자는 “오래된 지구론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더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젊은 지구론도 복음주의자가 받아들일 만한 관점”이라고 말한다. “성경은 지구나 우주의 나이를 인간에게 말해주지 않으며 말하려고 하지도 않기에” 이는 해석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차적 논쟁으로 공동체가 분열될 걸 우려했다. 그는 “명확한 해결책을 발견하도록 하나님이 허락해 줄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양쪽 진영 모두 성경이 참되다고 굳게 믿는 만큼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한 마음으로 협력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성경과 과학 간 “‘궁극적 모순’은 없다”고 보는 저자는 하나님이 진화를 이끌었다는 ‘유신 진화론’에 관해선 예수 부활 등의 교리를 일정 부분 손상한다는 이유로 선을 긋는다.

각 장 말미에 책 집필 시 교차 참조한 루터교 침례교 웨슬리파와 오순절 등 7개 교파 문헌 목록과 ‘개인적 적용을 위한 질문’ ‘찬송가’를 실은 것도 이색적이다. “조직신학 공부로 (신앙이) 메마르는 건 하나님의 의도가 아니”라며 “신학은 삶과 기도, 노래로 실천해야 한다”는 저자의 소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저자가 개혁주의 노선의 장로교 관점을 따르기에 그 내용 또한 이에 다소 편중된 측면이 있다. 여성이 목사나 장로 등 직분자가 되는 것 또한 성경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 책이 명저로 통한 건 “복음주의자라면 교단의 경계를 넘어 서로 놀라운 사귐을 누리며 상대방이 고수하는 관점을 존중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교파별 입장과 반론을 충분히 다루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로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의 바람대로 “언젠가는 성도들이 직장이나 취미처럼 (편하게) 기독교 교리를 주제로 서로 대화를 나눌” 날이 머잖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