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의 역사는 파괴의 역사였다. 산업혁명 이전부터 습지는 벌목, 개척과 개간, 개발되어야 하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책은 문명화라는 폭력과 약탈로 인해 명맥이 끊긴 습지의 매혹적인 역사와 생태학적 역할, 예술작품에 담긴 습지의 문화사적 의미를 살펴본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계와 지성계를 대표하는 저자는 원래 습지와 관련된 개인적인 에세이를 쓸 생각이었다. 관련 문헌을 찾아보다가 난해하고 전문적인 어휘로만 돼 있는 것을 보고 범위를 넓혀 전문적인 지식을 담으면서도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웠다고 한다.
저자는 습지를 ‘펜’(pen·풀이 많고 수심이 깊은 지대), ‘보그’(bog·강우가 수원이 되고 수심이 얕은 지대), ‘스웜프’(swamp·수심이 아주 얕고 나무와 덤불이 무성한 지대)로 분류해 각각을 서술한다. 영국 케임브리지셔에서 일어난 ‘그레이트 펜 프로젝트’ 등 환경단체들의 습지 복원 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불모의 버려진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 이유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