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북핵 전략 변화, 한국 정부와 긴밀히 조율해야

입력 2024-08-22 00:31
국민일보DB

미국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무기 공조 가능성에 대응하는 핵무기 운용전략을 비밀리에 수립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새로운 핵무기 운용 지침을 승인했다고 한다. 4년 만에 업데이트된 미국의 새 핵무기 전략의 초점은 중국에 맞춰져 있다. 현재 500기 수준인 중국의 핵무기 비축량이 10년 안에 미국과 러시아에 필적할 만큼 커질 것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북·중·러 3국이 핵무기 공조 체계를 구축한다면 미국의 핵 전력 우위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북한의 핵무기 수준과 미국의 대응 전략 변화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3국 공조 가능성이 거론될 만큼 핵무기 보유량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는 게 미국의 평가다. 북한은 이미 50기 정도의 핵탄두를 조립했으며 90기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보유고가 ‘한 줌’ 수준일 때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억지할 수 있지만 ‘파키스탄과 이스라엘 수준’으로 커지면서 대응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공개한 정강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일제히 삭제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측 인사는 한반도 비핵화가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목표이며 해리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를 승계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30여 년간 지속된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의 큰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만일 내년 1월에 들어설 미국의 새 행정부가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핵무기가 없는 우리의 국가안보 전략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의 대북 정책은 한국 정부와 세밀한 협의와 조율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의 주요 정치 지도자들과 지속적이고 긴밀하게 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