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간증집에는 고난이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이뤄내는 서사가 담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흙수저로 태어난 한 목사의 인생이 소소한 일화로 엮여 있다. 장소와 날짜가 적힌 각 장은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 같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아버지에게 매 맞던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뒤 그 충격으로 말 더듬는 증상으로 괴로워할 땐 함께 마음을 졸이고, 캠퍼스 사역으로 바쁜 나날 중 위암 판정을 받은 아내의 예상치 못한 신앙적 반응에 반성하는 모습에선 같이 두 손을 모으게 된다. 희망을 품을 수 없던 이가 십자가 복음에 사로잡혀 지난 40여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