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로 예정된 여야 당대표 회담을 앞두고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한동훈(사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회담 의제에 포함시키기 위해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는 여전히 채상병 특검법 논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자칫 당정 관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한 대표에게 부담이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 추천권을 갖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당대표 취임 이후에는 ‘당내 의견 수렴’ 등의 명분으로 속도 조절을 해왔다. 그는 야당의 특검법 발의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 16일 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된 ‘제보 공작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고 제안했는데, 민주당은 20일 이마저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사건의 수사를 늦출 수 없기에 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한 대표 제안을) 다 포함해 특검법을 발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김규현 변호사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기 전 함께 사전 논의한 인물이다. ‘제보 공작 의혹’의 당사자가 직접 한 대표 제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히며 재차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한 대표 측은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의제에 포함하자고 공식 제안할 경우 일단 거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 내에서 특검과 관련해 부정적 기류가 강한 점은 큰 부담 요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먼저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특검을 논의하자’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민감한 특검법 논의에 나서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정치에서는 진실 자체보다 프레임이 더 중요할 수 있는데, 특검을 논의하는 순간 야당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한 대표가 특검법 발의를 공식화할 경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 대표와 가까운 여당 의원은 “채상병 특검에 대한 한 대표의 의지는 분명하지만, 야당이 특검을 고리로 여권 분열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야당 스케줄에 맞춰줄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무엇보다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된 논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공수처 때리기’에 나섰다. 특검법 논의가 진척이 안 되는 책임을 공수처로 돌리려는 포석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의 행태를 보면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쟁을 부추기는 정치집단 같다”며 “채상병 1주기(올해 7월 19일)가 한 달이 지나도록 수사 결과 공식 발표는커녕 수사 기밀만 언론을 통해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대표 회담 실무 협상에 나선 박정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공개로 진행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회담을 공개로 진행하면 이 대표도 민생과 무관한 특검법 얘기를 길게 끌고가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 방식과 주제를 툭 던지듯 발표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양당은 애초 이날 오후 예정됐던 실무협상을 21일로 연기했다.
이종선 송경모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