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눈물의 고별 무대… 대의원들 “고마워요 조” 연호

입력 2024-08-21 00:3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무대에 올라 딸 애슐리 앞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깜짝 등장했을 때 대의원들이 환호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막한 19일(현지시간) 대회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는 민주당 전현직 주요 인사와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중산층 출신으로 검사 경력을 가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억만장자 사업가로 중범죄 혐의 재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이를 부각시키며 대의원을 결집시켰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당대회 주인공인 해리스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조연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해리스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트럼프에게 아쉽게 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를 직격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 외교’를 이어간 것과 관련해 “그녀(해리스)는 결코 독재자에게 러브레터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리스는 검사로서 살인자들과 마약상들을 잡아들였다.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았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재판에서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깬 뒤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었다. 34개 중범죄 혐의를 갖고 대선에 나서는 첫 번째 사람이 되는 역사”라고 꼬집었다.

클린턴은 ‘유리천장 깨기’와 해리스의 강령인 ‘자유’를 연결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가장 높고 단단하며 가장 마지막인 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 나는 그 균열 사이로 자유를 보고 있다”면서 “유리천장의 반대편에서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선서에 나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질 바이든 여사도 지원 연설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가장 반대한 인물로 알려진 질 여사는 “남편이 영혼 깊이 고민한 뒤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당을 위해 재선 도전을 포기한 바이든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의원들이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 고마워요 조”를 연호하는 가운데 바이든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자신의 사퇴를 주장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나는 내 나라를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당내 진보그룹의 차세대 주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자신이 의료보험도 없이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민주주의의 기적’으로 하원의원이 됐다면서 “같은 희망과 염원으로 해리스와 팀 월즈를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초반에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로 진행되다가 ‘민권운동의 상징’ 제시 잭슨 목사의 과거 영상이 나오자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영상이 끝난 뒤 잭슨 목사가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왔고, 파킨슨병 때문에 연설은 하지 않았지만 대의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했다.

시카고=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