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뚫린 민생법안… ‘전세사기특별법’ 합의

입력 2024-08-21 01:11

여야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거부권·청문회 정국’에 막혀 있던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첫 번째 민생법안이다. 개정안은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낙찰받은 뒤 피해자가 10년간 무상 거주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경매 차익을 현금 지원하는 방안이 골자다.

개정안은 정부·여당 주장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핵심은 피해 주택을 LH가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경매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LH 감정가-낙찰가)이 임대료 역할을 한다. 피해자는 해당 주택에서 무상으로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고, 일반 공공임대 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임대를 연장할 수 있다.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야당 입장도 반영됐다. 경매 차익이 충분치 않거나 피해 주택에 거주할 의사가 없는 피해자는 경매 차익을 받고 퇴거하거나 ‘전세임대’ 제도를 통해 별도의 민간임대 주택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보증금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까지 올렸다. 피해지원위원회에서 2억원을 추가 인정할 수 있어 최대 보증금 7억원 세입자까지 피해자로 인정받는 길이 열렸다. 추가 대응을 위해 국토부 장관이 6개월마다 전세사기 실태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국토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여야가 쟁점법안에 합의한 것은 22대 국회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야당은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고수해 왔지만 이 같은 방안이 여당의 ‘경매 차익 지원’ 방안과 큰 차이가 없고, 피해자 구제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야가 어렵게 피해자 지원안을 통과시켜 다행”이라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사각지대 없이 모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민주당안이 최적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피해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 단계 진전한 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21일 국토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28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일 본회의에서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법,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간호사법 등도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민주당은 같은 날 윤 대통령이 앞서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결도 추진할 방침이라 여야 충돌 여지도 있다.

이동환 기자, 세종=이의재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