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죄 만들면 국민적 저항”… 민주당 2기 지도부 ‘엄포’

입력 2024-08-21 00: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압도적 지지율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재판에 둘러싸인 현실은 변함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20일에도 온종일을 법정에서 보내야 했다. 오는 10월 전후로 예상되는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그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돌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2기’ 지도부도 이 대표 대권 가도의 가장 큰 변수이자 걸림돌로 꼽히는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현재 모두 4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2~3개월 내에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차례로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당 내부에서는 선고 결과를 낙관하는 관측이 많다. 무죄 선고가 유력하며, 일부 유죄가 나오더라도 형량이 당선무효형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법원도 국민이 선출한 제1야당 대표에게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피선거권 박탈 형량이 내려져도 1심에 불과하다. 별다른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에 오른 김민석 의원도 라디오에서 “유죄 가능성 자체를 거의 보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사법부를 향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당선무효형 선고 같은) 상황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없는 죄를 만들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된다는 걸 재판부도 잘 알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정치적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판결이) 진행되면 국민 저항과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이 대표 1심 판결과 관련해 “상식적 차원에서 사법부가 적절히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들은 판결을 예단하게 하는 여론전이자 자칫 사법부에 대한 의도적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사법부의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10월 초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선고가 진정으로 두렵기 때문에 사법부 겁박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검찰의 과도한 탄압과 위법적인 수사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법원 판결에는 정치가 영향을 미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1심에서 민주당 기대와 다른 선고 결과가 나올 경우 법원과 개별 법관에 대한 노골적 비판을 쏟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6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일부 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판결을 비판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판사 탄핵’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판 이동환 박장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