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에도 불구 ‘베이비박스’ 아기 3배 늘어

입력 2024-08-21 03:01 수정 2024-08-21 03:01
한 성인이 갓 태어난 아기의 손가락을 잡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그림자 영아’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한 이른바 ‘쌍둥이 제도’(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가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위기 임신부·영유아 보호시설에 맡겨진 영아가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임신부 보호를 위한 제도 취지가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다. 엄마가 아기와 함께 최소 일주일간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숙려기간’ 등 제도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정보를 바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미등록 영유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보호출산제는 일부 위기 임신부들이 불가피한 경우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들 제도 시행 후 한 달간 368개 의료기관에서 1만6650건, 하루 평균 약 600건의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통보했다.

일각에선 보호출산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기 임산부를 배려하는 부분이 더 세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사랑공동체 건물 벽에 걸린 ‘베이비박스’ 표지판. 국민일보DB

20일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지난 한 달(7월 19일~8월 18일)을 기준으로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명)보다 수치상 3배가 넘는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 당국의 대대적인 출생 미등록 전수조사 여파로 2022년(106명)에 비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는 79명으로 4분의 3 수준이었다. 전수조사 여파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는 감소 추세였는데 보호출산제 시행 후 다시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주사랑공동체 대표 이종락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기 엄마가 가족이나 친구 등 아무에게도 출산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직장인일 경우 시설에서 아기를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기 양육과 입양 등 인생의 중차대한 일을 선택하는 기간이 최대 6개월 이상은 돼야 한다”면서 “숙려기간 확대뿐 아니라 아기의 일시적 위탁 등 엄마의 아기 양육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엄마가 아이를 장기적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전혜성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는 “근본적으로는 미혼모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또 (임신·양육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법을 제정하는 등 미혼모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