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달에 이름 새겨진 첫 한국인

입력 2024-08-21 00:40

1969년 7월 20일 아폴로11호의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뒤 토양 샘플 채집 등의 활동을 했다. 그러다 크레이터(운석 충돌 등으로 생긴 구덩이)를 발견했다. 7년 전 암으로 사망한 두 살배기 딸 캐런이 봤다면 미끄럼틀 같다고 좋아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캐런의 애칭을 따 ‘머피 크레이터’라고 이름을 붙였다.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달에 새겨놨다.

달의 크레이터는 1만개가 넘는다고 알려졌다. 크레이터에 처음 이름을 붙인 이는 1635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바티스타 리치올리다. 아리스토텔레스, 아르키메데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등 유명 천문학자의 이름들로 시작됐다. 이어 화학자, 수학자에다 예술가, 문학가 등 과학 분야 외 위인들의 이름도 선보였다.

소련은 자국의 달 탐사선 루나 3호가 최초로 촬영한 달 뒷면의 크레이터 작명을 선점했다. 러시아 과학자 치올콥스키, 화학자 로모노소프, 우주인 가가린이 영예를 얻었다. 점점 각국이 달에 서로 다른 이름의 지명을 붙이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다. 급기야 국제천문연맹(IAU)이 나서서 달의 작명을 조정했다. 지금까지 총 1659개의 달 크레이터에 이름이 붙었다.

수성에는 조선 시인 윤선도와 정철 크레이터가, 금성에는 사임당·황진이 크레이터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달에는 한국인 이름의 크레이터가 없었다. 일본인 이름의 달 크레이터가 6개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던 차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IAU의 심사를 거친 뒤 달 뒷면 크레이터에 조선 후기 천문학자 남병철의 이름이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부여됐다고 경희대 측이 19일 밝혔다. 남병철은 지구 태양 달 등 천체 움직임을 재현하고 위치를 측정하는 천문관측기기 ‘혼천의’, 혼천의 기능을 개선한 ‘적도의’를 발명한 인물이다. 남병철 크레이터는 지름 132㎞로 1980년 이후 명명된 달 크레이터 중 가장 크다고 한다. 한국 젊은이들이 달 탐사를 하면서 남병철 크레이터를 보고 감회에 젖을 날이 빨리 오길 고대한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