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5> 라멕

입력 2024-08-20 03:07

너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고
자유도 자유가 아니었지
절대자의 금기를 어기고
두 여자라는 선악과를 취하며
교만과 살인의 미학을 노래했던 일그러진 괴수
그의 이름 이후에 피의 강이 흐르고
살육과 분노, 증오의 칼춤을 추며
죽음의 산을 쌓았다
그가 어떻게 부활하여
이 시대에 카인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너의 마수(魔手)가 닿는 곳마다
살인자의 피가 흐르고
죽음의 괴성이 메아리칠 때
이 땅에 모든 악기들이 슬퍼한다.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라멕은 아담 후손들의 계보에 족장 설화로 나오는 인물이다. 아다와 씰라라는 두 아내를 취했으며 777세까지 살았다. 그는 아내들에게 받은 상처의 77배를 복수한다고 호언(豪言)한 폭력적인 남편이었다. 이 시 '라멕'에서 시인은 그를 두고 선악과를 취한 교만과 살인의 범죄자로 단정한다. 그런데 그가 부활하여 지금 '카인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라멕의 행악(行惡)이 여전히 오늘의 우리 눈앞에 있다. 이렇게 보면 시인은 성경 해석에 있어 그 당대의 관점과 우리 시대의 관점을 겹친 꼴 눈길로 하여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땅의 모든 악기가 슬퍼하는 것은 아다에게서 낳은 아들 유발이 연주자의 시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경 내외의 지식이 입체적으로 작동하는 데 시의 묘미가 있다.
-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