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미혼모 김사랑(가명)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미혼모자 시설 ‘기쁨의 하우스’를 찾았다. 미혼모자 시설은 미혼모 여성과 신생아가 지낼 수 있는 시설이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아이 아버지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고 이를 알게 된 남성은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양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 등 도움을 받기 위해 시설에 입소했다.
김씨는 그러나 시설에서 8개월을 지내며 아이를 입양 보내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양육교육을 받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극적인 순간은 이어졌다. 김씨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 아버지가 돌아온 것이다. 두 사람은 아이 양육을 함께하며 각별해졌고 지난 4월 김씨는 아이 아버지와 가정을 꾸렸다.
박윤성 기쁨의교회 목사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영복교회(여현구 목사)에서 진행한 기독교통일학회 학술대회에서 김씨 사례를 소개했다. 기쁨의 하우스는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와 여성가족부 및 익산시가 주관해 설립한 한부모가정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기쁨의교회는 이 시설을 찾는 미혼모의 출산 치료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시설 완공된 이후 4년 동안 40여명의 아이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박 목사는 “미혼모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산모가 어리다 보니 낙태하거나 신생아를 베이비박스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혼모 시설 운영에 관한 관심이 꾸준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 목사는 “전국에 200여개 있던 미혼모자 시설은 현재 60개뿐”이라며 “교회가 사회적 공공성에 관심을 두고 이웃 사랑을 실천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쁨의교회는 2020년 성도들이 받은 재난지원금을 차상위계층을 위한 지원금으로 환원했다. 교회는 또한 익산시 장학재단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박 목사는 “지역 사회를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며 “더불어 교육관을 건설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영어도서관 휴게 및 작업 공간 등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기쁨의교회가 미혼모 사역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 기부 등을 진행하는 이유는 한국교회에서 무엇보다 공공성과 공공신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공신학은 교회가 사회 속에서 가져야 할 공공성에 대한 신학적 연구다.
최현범 총신대 신학과 교수는 이날 기조 발제에서 “공공성에 관심이 적던 기독교는 박해에서 벗어나 종교의 자유를 얻은 313년 밀라노칙령을 계기로 사회적 공적 가치를 고민하게 됐다”며 “역사를 보면 사회 구성원 다수가 기독교인이 되면서 교회는 자유 인권 평등 환경 등 사회적 책무를 함께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교회가 잃어버린 공공성을 회복하고 성경에 담긴 ‘정의’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해 사회에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