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해 폭력과 여론몰이,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시작된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청록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회의장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며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 같은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에서 보다시피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정규전, 비정규전, 사이버전은 물론 가짜뉴스를 활용한 여론전과 심리전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설명했다. 현대의 전쟁은 군과 민간의 영역을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양상으로 나타나는 만큼 ‘국가 총력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당부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국가 세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을 통칭하는 것이며, 특정 단체나 진영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서는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말이 아닌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굳건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UFS 연습에 대해서는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해 정부 차원의 비상대비계획을 점검하고, 전시 전환과 국가 총력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이라고 규정했다. UFS 연습은 오는 29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연습 기간 지휘소연습(CPX)과 함께 부대별 야외기동훈련(FTX)도 총 48회 진행한다. 올해에는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가정한 ‘핵 작전 연습’은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UFS 연습과 연계해 이날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진행하는 전국 단위 을지연습을 통해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한다. 핵 공격 시 주민 대피, 사상자 구조 등의 연습이 이뤄진다.
북한은 UFS 연습 시행에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는 이날 노동신문에 실린 공보문을 통해 UFS 연습에 대해 “방어적이거나 투명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공격적이며 도발적인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자기의 국가 주권과 안전·이익, 영토완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방위력을 구축하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안전 환경을 유리하게 전변시키기 위한 중대 노력을 계속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최근 큰 홍수 피해를 겪은 상황이라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북한은 수해 현장이나 수해 복구 장면을 하나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내부가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고강도 반응을 하기에는 내부 분위기가 어렵다”며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 아닌, 핵 무력을 보여주는 정도의 훈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박준상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