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쌀 45만t 매입 확정 ‘역대 최대’ 수준… 쌀값 오를 가능성

입력 2024-08-20 01:33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수확분을 합해 모두 45만t의 쌀을 사들인다. 역대 가장 많은 양을 매입한 2022년과 같은 규모로 1조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대폭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쌀값 상승이 예상된다. 쌀값 하락을 빌미로 양곡관리법 개정을 재추진하는 야당의 논리가 일정부분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쌀 45만t을 포함한 주요 식량작물 공공매입 계획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매입물량이 가장 많은 쌀은 지난해보다 매입량을 5t 더 늘렸다. 추수 예정인 햅쌀만 40만t을 사들일 계획이다. 나머지 5만t은 지난해 수확한 구곡을 매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햅쌀 외에 구곡까지 매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매입은 오는 30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입 예산은 1조2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최근 쌀 공공매입 규모가 부쩍 커진 주요 원인은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 초기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며 식량안보 우려가 불거지자 정부가 비축량 확대 조치를 단행했다. 여기에 식량원조 영향이 더해졌다. 농식품부는 올해 식량원조 물량을 10만t으로 지난해보다 배 늘렸다.

이번 결정으로 쌀값 상승이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쌀 소매가격은 가마니(80㎏)당 20만7520원으로 1년 전(21만5768원)보다 3.8% 낮다. 시중 공급량을 제한하는 공공매입이 시작되면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쌀값 상승은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2022년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쌀값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농가에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대규모 공공매입 조치로 쌀값이 상승하면 법 개정 추진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법 개정안을 감안해 매입물량을 정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