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5주년을 맞은 경기도 수원 세한교회(주진 목사)는 하나님을 향한 부르짖음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교회다. 화서역 부근에서 천막을 치고 시작된 세한교회는 지금까지 단 한 해도 교세가 줄어든 적이 없을 정도로 성장을 이어가며 성도들의 영혼을 강건하게 하고 지역 주민에게 하나님 사랑을 전하고 있다. 19일 교회에서 만난 주진(49) 목사는 “코로나19 당시에도 각 기도실에 철저한 방역을 거친 후 릴레이 기도회를 여는 등 우리 교회 부흥은 오직 기도에서 비롯됐다”며 “앞으로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사람에게 칭찬받는 교회를 목표로 사역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한교회를 소개한다면.
“아버지 주남석 원로목사님이 1979년 천막 교회로 개척하셨다. 당시 화서역 부근은 낙후되고 인근에 공동묘지와 서낭당이 있는 등 교회가 있을 곳이 못 됐다.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불을 지르며 탄압하기도 했는데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어느 날 서낭당 바로 옆에 있던 400년 된 나무가 뿌리째 뽑혀 서낭당을 덮쳤다. 이 일로 인해 천막 교회가 세 차례나 철거되는 등 핍박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예수신이 와서 귀신을 쫓아냈다’며 예수님을 믿기 시작하는 계기도 됐다. 교회 첫 이름은 화서제일교회였는데 1986년 세한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 속의 한국교회, 세계선교 한국 복음화’라는 의미다. 97년 현 예배당을 건축했고 다음세대를 위한 비전센터(2002년)와 안디옥성전(2008년)도 마련했다.”
-음악을 전공하다가 목회자가 됐다.
“천막 교회에서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예배드렸다. 교회도 열심히 다녔지만 형님부터 시작해 온 가족이 목회자이거나 사모인데 나까지 목사가 될 필요가 있나 싶어 음악가의 꿈을 꿨다. 98년 연세대 교회음악과에 들어갔고 합창 지휘로 해외 유학까지 준비했다. 그러던 중 주일예배에서 목회에 대한 하나님의 강권적인 부르심을 받았다. 2002년 서울신대 신대원에 입학하고 세한교회 청년대학부를 맡아 1년 만에 출석 150명에서 400명으로 부흥을 시켰다. 새벽기도를 인도하고 교회 사역을 마치면 캠퍼스로 나가 전도하고 학생들을 만나는 게 일과였다.”
-암 투병을 하면서 하나님을 새롭게 만났다고 들었다.
“목회하던 중에도 음악가로서 성공하고 명예를 누리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그러다 2011년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1년 6개월간 항암치료를 하고 40번이 넘는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하나님께서 철없는 목사 철들게 하시려고 병을 주셨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치료 중에도 청년들 생각이 나서 비니와 하얀 장갑을 낀 채 교회에 나왔다. 한 손으로는 마이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약해진 목사가 설교하는데도 청년대학부가 부흥했다. 그 모습을 본 당회가 2017년 담임으로 청빙했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성도들의 사랑과 격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행복한 목사다.”
-부교역자 시절 청년대학부 부흥의 비법은 무엇이었나.
“하나님 말씀으로 양육하는 게 핵심이다. 나는 캠퍼스나 고시원에 커피 들고 학생들을 찾아가 심방한 적은 있어도 같이 밥 먹거나 영화를 보는 식의 교제를 한 적은 없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청년들을 위해서 무조건 영의 양식을 먹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6개씩, 매일 3~4시간 성경공부를 진행했다. 설교 준비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담임목사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부흥의 비법을 알고 싶어하는데 본질을 따라가는 것밖에는 없다. 내 마음속 격언으로 삼고 있는 사자성어가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을 지키면 길이 보인다’이다. 나는 목회자의 기본인 말씀과 기도에 헌신하는 것뿐, 부흥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한교회를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
“우리 교회는 기도 많이 하는 교회, 영혼을 사랑하고 전도와 구제에 힘쓰는 교회다. 부목사보다 여전도사가 더 많은데 탁월한 평신도에게 신학 공부를 시켜 교회에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그분들이 각 교구를 맡아 성도 한 명도 놓치지 않고 기도 제목을 파악하며 사랑으로 사역하고 있다. 이런 동력들이 교회가 성숙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사역자들에게 매일 두 시간도 기도 안 하면 목사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목회자가 먼저 기도의 본을 성도들에게 보이려고 한다. 나도 주5일을 교회에서 먹고 자면서 설교를 준비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로마서 14장 18절 말씀처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는 교회가 되고 싶다. 또 40주년 예배 때 하나님께 드린 약속대로 33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꿈을 꾸고 있다. 코로나 이후 교회 생태계가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교회는 물론 모든 한국교회가 시대 변화에 조급해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우직한 교회가 되면 좋겠다.”
수원=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