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주일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이 많은 시대다. 예배 도중 스마트폰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경우 예배에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일상화된 세태 속에서 예배 시간만큼은 미디어 사용을 원천 차단하고 예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배 도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일침을 던진 이는 미국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의 전 대표이자 교회성장 전문가인 톰 레이너 목사다. 그는 최근 처치앤서스 홈페이지에 ‘예배에서 회원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해야 하는 7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레이너 목사는 “예배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가 대학 풋볼 순위를 들여다보는 걸 어깨너머로 보게 됐다”면서 “최근엔 영화관에 갔는데 예고편에서 모든 사람이 디지털 기기를 꺼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어떤 면에선 극장이 교회보다 (스마트폰 사용 금지) 기준이 더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스마트폰 보급률 1위인 한국의 주일예배 풍경도 미국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 광명의 한 중형교회에 출석하는 김시은(42)씨는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진동으로 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며 “본문을 읽는 시간에는 성경 애플리케이션에서 나오는 성우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릴 때도 있는데 솔직히 예배 흐름을 방해한다”고 토로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소장 권장희)와 기독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이사장 양병희 목사) 등은 지혜로운 미디어 사용법을 전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매년 고난주간에 ‘미디어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놀이미디어교육센터는 중·고교 학생들이 예배에 집중하도록 교회학교가 예배 전 ‘스마트폰 수거하기’를 실행하도록 권면한다.
기독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는 스마트폰을 대기만 하면 벨소리에서 진동으로 상태를 변경하는 ‘스마트쉼 태그’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스마트쉼 태그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기반으로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과 반응하도록 만든 스티커다. 성경책 표지나 예배당 출입구 등에 붙여놓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 차원에서 스마트폰 전원을 끄는 등 예배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 것은 물론 한국교회가 미래 목회 과제로 미디어 중독 치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장희 놀이미디어센터 소장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학교의 경우 장년보다 예배에 더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평소 가정에서 미디어 수칙을 세워 온 가족이 지혜롭게 미디어를 사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독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장은 “한국교회는 미래 목회 과제로 스마트폰 사용의 과몰입 또는 중독에 빠진 이들을 향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